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이자, 12·3 비상계엄 사태의 최고 윗선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집중 수사가 가능하다. 군·경찰 주요 피의자에 이어 핵심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까지 구속되면서, 12·3 비상계엄을 겨냥한 수사가 종착지를 향해가는 모습이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18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구치소에 구금되는 구속 처지에 놓이기는 윤 대통령이 5번째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발부 사유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기각의 쟁점은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봉쇄 등의 후속 조치를 한 게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또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있는지는 물론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는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게 관할 위반인지도 양측이 충돌할 지점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이란 대통령 권한이고, 비상계엄이 내란이 될 수 없다”며 “공수처가 (주장하는 내용은) 소명도 되지 않고, 법리도 맞지 않고 범죄 사실 적시도 맞지 않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재범 위험 등을 근거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2·3차 계엄을 한다는 것인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이 있자마자 군을 철수시켰다”며 “2·3차를 할 거면 군을 철수시킬리가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은 심사 도중 40분에 걸쳐 혐의에 관해 직접 소명하고, 종료 직전에도 5분 가량 마무리 발언을 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으나 법원의 기각 결정은 이끌어 내지 못했다. 법원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 우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이 있다는 공수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한 150여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고, 2차 계엄을 실행하려 한 정황이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사이 법리 전쟁에서 법원이 공수처 손을 들어주면서 12·3 비상계엄을 겨냥한 수사도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공수처·검찰이 각각 열흘씩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죄 혐의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어 그를 재판에 넘기는 건 검찰 몫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다만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외에는 기소한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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