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인(囚人) 번호 ‘○○○○’으로 불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검찰 수사로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경찰 인사에 이어 최정점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이른바 ‘그날의 진실’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18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게 발부 사유다.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구치소에 구금되는 구속 처지에 놓이기는 윤 대통령이 5번째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충돌한 부분은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봉쇄 등의 후속 조치를 한 게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있는지는 물론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있는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게 관할 위반인지도 양측이 충돌할 지점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이란 대통령 권한이고, 비상계엄이 내란이 될 수 없다”며 “공수처가 (주장하는 내용은) 소명도 되지 않고, 법리도 맞지 않고 범죄 사실 적시도 맞지 않다는 취지로 변론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재범 위험 등을 근거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2·3차 계엄을 한다는 것인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이 있자마자 군을 철수시켰다”며 “2·3차를 할 거면 군을 철수시킬리가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은 심사 도중 40분에 걸쳐 혐의에 관해 직접 소명하고, 종료 직전에도 5분 가량 마무리 발언을 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으나 법원의 기각 결정은 이끌어 내지 못했다. 법원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 우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이 있다는 공수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의 신분을 구속 피의자로 바뀐다. 또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도 밟게 된다. △인적 사항 확인 △정밀 신체검사 △머그샷 등을 거친 뒤 세면도구, 모포, 식기세트 등을 받아든 채 본인 ‘감방’으로 향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등과 마찬가지로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있는 독거실에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매 끼니는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만 현직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한 수사도 종착역을 향하고 있는 모습니다. 공수처와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공수처·검찰이 각각 열흘씩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죄 혐의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어 그를 재판에 넘기는 건 검찰 몫이 됐다. 대통령 취임 전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등을 거친 말 그대로 ‘친정’에서 윤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최대 20일 동안의 공수처·검찰 수사를 거친 뒤 재판에 넘겨지는 시기는 내달 7일께가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다만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외에는 기소한 권한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도 진술을 거부하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은 바 있어 실제 유의미한 증언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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