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계기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중 양국은 물론 반서방 진영의 대표주자였던 러시아와 이란 정상은 결속을 다지며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도 지역 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체결해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을 확정하겠다며 대미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측근들에게 취임 후 100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측은 대리인을 통해 대면회담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방중 의사는 트럼프 2기 미중 관계 재설정에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에도 통상적인 외교 당국 간 접근이 아닌 ‘톱다운(하향식)’ 방식을 선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중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17일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균형과 마약 펜타닐 규제 등 현안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중국 방문이 거론됐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과 가능한 빨리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100일 이내로 가정하면 이르면 올 4월께 트럼프의 중국 방문이 성사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2017년 4월 시 주석이 먼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부동산 침체와 위안화 가치 하락, 외국 자본 이탈 등의 변수가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 트럼프발 관세를 막거나 최소화하고 도입 시기를 지연하려면 양국 정상이 담판을 짓는 것이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중국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관세 협상 등이 개시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취임에 대비한 주요 국가 정상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하며 결속을 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고 이란에 강경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유럽 국가들 역시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지원 의사를 밝히며 조기 종전 입장인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폴란드 등의 정상은 직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거나 통화하며 안보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트럼프 측에 손을 내밀고 있는 일본은 이례적으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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