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간밤 폭력 시위를 벌였던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는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 속 불편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경찰은 기동대 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청사를 완전히 에워싸고, 정문 양옆에는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일반인들의 보행까지 전면 통제했다. 취재진들 역시 “법원이 취재를 거부한다”는 경찰의 안내에 하는 수 없이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 멀찍이서만 법원 정문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에 난입했던 지지자들이 현행범 체포되면서 사태는 일단 수습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간밤 혼돈이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몇 지지자들은 인근 공덕소공원에 집결해 경찰과의 대치를 이어갔다. 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재명을 감옥으로’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연호하는 한편, 현장을 지키는 경찰에게 ‘대한민국 경찰 이러면 안된다’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법원 인근에 승용차를 대고 ‘탄핵무효’ 구호 박자에 맞춰서 경적을 계속해서 울려댔다.
경찰이 현장 점검차 방문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차장) 기자회견을 위해 취재진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정문 접근을 허용하자 폭력의 흔적은 더욱 적나라해졌다. 정문 앞 바리케이트는 힘없이 무너져 있었고, 정문 옆으로 길게 늘어선 화환도 온전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생기를 잃은 꽃잎들은 화환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외에도 고깔 부분은 온데간데없고 밑동만 남아있는 주차금지대, 수 차례 짓밟혀 까맣게 오염된 카펫, 일회용 방석 등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앞서 이날 3시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했다. 경찰은 법원 경내로 무단 진입한 46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이 직무대행은 차 판사에 대한 살해 협박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철저히 수사해 협박한 사람을 찾아낼 것”이라며 “신변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진영에선 오히려 폭력을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예배 연단 선 한 연사는 “어제 사태를 원친 않았다”면서도 “법을 악랄하게 짓밟은 사법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서부지법을 공격한 것”이라며 전날 사태 주동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광훈 목사도 “토요일 (집회에) 천만 명이 모여야 한다. 국민저항권이 이미 발동돼 있는 상태다.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며 “저항권이 시작됐으니 윤석열 대통령도 우리가 구치소에서 데려나올 수 있다”고 선동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이날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극우 유튜버도 수사할 것”이라며 엄중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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