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관람 불가등급(청불) 영화 ‘히든 페이스’가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하면서 영화와 드라마에도 ‘청불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히든 페이스’는 ‘코로나 창고’ 영화로 개봉 일정이 연기되다 지난해 11월 말 개봉해 최근 5년 동안 개봉한 청불 영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았다. 과감한 노출 수위를 감각적이고 깊이 있게 연출한 점 등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히든 페이스’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 영화계는 그동안 주춤했던 ‘청불’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폭력, 마약 등에 비해 노출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심의로 인해 드라마에서는 청불 등급이 거의 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티빙이 올해 최대 야심작으로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은 1~2화부터 7%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료 가입자 1위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이 쏠렸다. 원경(차주영 분)과 이방원(이현욱 분)의 운명 같은 로맨스를 비롯해 격정적인 멜로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더 글로리’에서 승무원 혜정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던 차주영의 러브신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태조 이성계와 아들 이방원이라는 흥미로운 역사에 부부(원경과 이방원) 사이의 사랑뿐 아니라 권력관계, 정치력, 컴플렉스 등 복잡한 심리를 깊이 있게 풀어내 ‘영화 같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원경’은 ‘청불'과 15세 관람이라는 ‘투 트랙 전략’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에서는 ‘청불’ 버전을, tvN에서는 15세 관람 버전을 선보이는 것. 글로벌 OTT에 비해 보수적인 국내 분위기를 반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영리한 ‘투 트랙 전략’으로 이러한 제한에서 벗어난 것이다. 앞서 티빙이 선보인 ‘우씨왕후’도 공개 직후 3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트렁크’도 ‘청불 멜로’로 주목을 받았다. 김려령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첫 번째 결혼에 실패 후 자책과 상처를 안은 채 ‘기간제 결혼’을 직업으로 선택한 노인지(서현진 분)가 한정원(공유 분)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해 말 공개된 ‘트렁크’는 공개 2주차에 4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TV (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했다.
한편 100만 관객을 동원한 ‘히든 페이스’의 인기는 안방 극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배급사 NEW에 따르면 이 작품은 지난 6일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IPTV 3사 및 디지털케이블TV 플랫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청불 콘텐츠’가 서서히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은 높은 화제성과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노출, 러브신 등에 따른 청불 등급의 작품들은 TV의 경우 심의를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온 가족이 TV를 함께 보는 문화가 옅어지고 가족 구성원 각자가 태블릿이나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방송사들의 제작 여건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주춤했던 ‘웰메이드 청불’ 작품이 달라진 미디어 환경 등으로 더욱 많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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