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연 5% 선 가까이 급등하면서 지역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다시금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미 상업용부동산(CRE)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지역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또다시 금융권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 시간)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역은행들의 상업용부동산 대출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일 연 4.628%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29일(연 4.169%) 대비 11%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 장중 한때 연 4.809%까지 오르며 5% 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은행들의 주가는 이미 관련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국채금리 상승세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말 이후 소형 은행주의 주가는 8.2% 가까이 하락했다”고 짚었다.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불황이 장기화된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노출 비중이 큰 지역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높다. 가뜩이나 상업용 오피스들의 공실률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상환 및 재융자의 어려움도 커지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의 토머스 피스코르스키 재무·부동산 교수에 따르면 현재 3조 달러(약 4378조 5000억 원) 규모의 미 상업용부동산 대출 가운데 14%가, 사무실 대출의 44%가 손실 위험에 처한 상태다. 특히 지역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형 은행들보다 더 낮은 자기자본에 대출을 시행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부실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미 지역은행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빌 뎀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우려를 갖고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PNC는 상업용부동산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2023년 말 8.7%에서 최근 13.3%로 늘렸지만 여전히 전체 장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2023년 고금리 충격에 따른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연쇄 파산 사태 정도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예금 흐름이 안정화되면서 지역은행들이 급하게 부실채권을 대량 청산해야 할 상황에 다다르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 수익 여건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피스코르스키 교수는 “(국채금리의 상승 지속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은행은 점점 취약성이 증가하는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