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하달한 '비상입법기구 쪽지' 관련 쪽지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영장심사를 맡은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5분간 최후진술을 한 윤 대통령에게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계엄 선포 이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할 의도가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쪽지는)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계엄을 할 생각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대충 선포하고 국회에서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다고 순순히 응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등 재정자금 확보에 관한 쪽지를 전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공조수사본부가 지난달 확보한 해당 문건에는 ‘국회 운영비를 끊을 것‘, ’비상계엄 입법기구 운영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비상입법기구가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냐.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는 차 부장판사의 거듭된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또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자신으로부터 받았다는 군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서도 "내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령관들이 본인의 법적 책임을 축소·회피하게 위해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다.
영장심사에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사건 관련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 부장판사는 공수처 주장을 받아들여 윤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을 인정해 구속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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