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후 나흘 만인 19일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계엄을 선포해 국헌 문란을 초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 중 100여 명은 이날 경찰 저지선을 뚫고 서부지법에 난입한 뒤 소화기와 돌, 철제관리봉 등으로 유리창을 깨고 집기 등을 부쉈다. 현직 대통령 구속이나 법원 폭력 사태는 모두 사상 초유의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장면이다.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를 흔드는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법원 폭력 사태에 대해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계엄 관련 수사에 계속 불응하고 강경한 정치 메시지를 낸 당사자는 윤 대통령이었다. 그는 부정 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강변하는 ‘손편지’를 지지층에 전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와 법원 판단에 반발하는 자신의 언행이 일부 지지층의 과격화를 부른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으로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를 삼가해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강성 지지층의 과격한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정략적 태도에서 벗어나 법치 복원과 국민 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법부와 수사 당국은 ‘무법천지’로 치달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되새겨 법치를 바로 세우고 국론 분열을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여야 정치권 및 양극화된 강성 지지층이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없도록 사법 절차를 법과 원칙에 맞게 공정하고 흠결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신청을 공수처법 31조에 규정된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제출해 ‘판사 쇼핑’ 논란을 초래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법원 폭력에 연루된 86명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안에서도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지켜지도록 해야 국론 분열의 증폭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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