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며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로 폐지된 후 30년 만에 재도입된 지방자치제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재정 의존 구조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연방에 버금가는 재정분권·지방시대위원회와 같은 화려한 수사가 등장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정치적 홍보 수단에 그치고 말았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맞춤형 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80%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또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의 경우 온전한 지방자치를 인정하고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30% 이하인 지방자치단체는 치적 쌓기용 건설 사업과 같은 비효율적 지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재정은 남아돌고 일반재정은 부족해 필수 공공서비스 제공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재정과 일반 지방재정을 통합하는 것도 대안이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공무원이 광역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부단체장에 보임되는 구조는 지방자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광역자치단체의 공무원이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으로 임명된다. 지방자치가 부활되기 전 슬그머니 법에 관련 조항을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조직 구조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모두를 저해함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자율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행안부와 교육부다. 이 두 부처는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대부분 시행령으로 위임하고 행·재정 결정을 간섭하는 구조다. 이제 행안부(지방교부세 관리)와 교육부(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리)의 재정 관리 기능은 재정 당국에 통합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구조적 문제는 지방자치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 논점이다. 특히 청송·영양·울릉 등 인구 3만 명 이하 기초자치단체의 의회 역할과 필요성에 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당 자치단체들은 소규모 인구로 인해 의회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단체들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대안(의회 폐지)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구 소멸과 지방 소멸은 한국 지방자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멸 위기 지역에 대한 특별 지원 정책과 청년층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일자리·주거 정책의 연계가 필요하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자치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중앙정부는 집권적 사고를 버리고 지방자치를 온전하게 인정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구조를 유지하는 한 지방자치의 미래는 없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자율성과 책임성이 없는 지방자치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