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그는 부도덕한 사생활과 지나친 미국우선주의 이미지로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과연 트럼프 2기의 실제 행보는 어떨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징벌적 고관세율 정책으로 그러잖아도 유명무실해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반세기 이상 대외 통상 국가 체제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우리로서는 대단한 위기로 느껴진다. 축적된 전략자산을 최대한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를 현실화할 필요도 있다. 2012년을 기해 인류 전체의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해 세계의 전통산업은 이미 초과 공급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44개국의 17년간(2007~2023년) 성장률을 추적해 보았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까지는 연평균 4.0%(최고 10%)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1만~3만 달러 구간에서는 2.7%(최고 6%), 3만 달러 이상에서는 1.5%(최고 3%) 정도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당연히 각국의 성장세도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1~2%대 성장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힌다. 당연히 세계 수출입 성장세도 꺾인다. 2011년 전 세계 무역이 전 세계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는 꺾이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종식으로 반짝하던 2022년을 제외하고는 그 비중이 40%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세계적 저성장세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로서는 기존에 확보된 주력 수출 품목의 판로를 필사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제품과 교역선을 발굴하는 등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계엄 해프닝으로 혼란해진 국내 정세에도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전기차·2차전지·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정책에 보조를 같이 해온 만큼 기득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업계도 트럼프캠프 인사들과 교분이 있거나 미국 비즈니스에 정통한 인사들이 주축이 돼 소통 창구 개척에 진력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는 신중하게 복원해야 한다. 트럼프 2기가 중국과의 격차 유지에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반중 대열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의 행보를 주시하면서 보다 현명하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이 국익에 반하는 지나친 행동을 할 경우 남·북한, 미국, 일본과의 4국 연합전선을 펼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장에 좀 더 촘촘히 다가가야 한다. 성장세가 높은 1인당 소득 1만 달러 미만 국가는 동남아·남미·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권역별로 교통 편의성,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 거점 국가를 선정하고 현지 주도의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공관은 대부분이 10인 미만으로 영세하기 그지없다. 현안을 풀기에도 일손이 모자란다. 거점 공관에는 역내 사정에 정통한 100명 이상의 외교관이 상주해 권역 전략을 구상하고 본부에 건의·집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KOTRA 등 비즈니스에 능통한 공공기관 파견 인사들과의 협업·분업도 필수적이다. 다행인 것은 1991년 362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연간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초청 프로그램 연수생이 있다는 점이다. 누계 10만 명 이상인 이들이 우호자산으로 역할하게 할 수 있다.
수출 신제품 발굴도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뜻하지 않게 K방산이 수출품으로 각광받았다. 국력의 신장과 함께 국가 브랜드가 올라간 만큼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주목받는 신상품이 있을 수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의 창구를 통해 우리 제품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관광 상품 등 비제조업 서비스 분야의 수출도 훨씬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으로 이어져 내수 진작 등 외환가득률이 훨씬 높다. 트럼프 2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다시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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