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헌법재판소(헌재) 담을 넘어 침입한 남성 등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며 경찰의 경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같은 날 새벽 서울 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선을 넘은 불법 폭력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후에 헌재에서 또다시 경찰 보안에 구멍이 뚫리자 경찰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폭주하는 모양새다.
20일 다음 카페 '경찰사랑' 현직 게시판에는 전날 새벽 서부지법 상황을 묘사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게시판은 현직 경찰관 신분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다. 현장 기동대원 A씨는 "경찰 생활을 하며 이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며 "누워 있어도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적었다. 이어 "왜 지휘부는 직원들을 '몸빵'으로만 생각하나"라며 "동료가 조롱당하듯 폭행당했다. 방관한 현장 지휘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는 "맞고 있는 동료를 지켜보며 '그만하십시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저 자신이 부끄럽고 눈물이 난다"며 "현장 경찰관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 지휘부는 자기 인사고 승진 시험이고 미루더라도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부지법 현장에 있었다는 또 다른 경찰관 B씨도 "18일 밤 (시위대가) 공수처 차량을 막고 도로 점거하던 시점부터 오늘 근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어 B씨는 "저녁부터 새벽 내내 법원 후문 쪽에 쇠 파이프, 막대기 등을 배회하면서 계속 위협적으로 펜스를 치는데 이미 다들 눈이 돌아있었다"며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관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후문 쪽은 너무 허술해 보였는데 대비를 거의 안 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일근 부대까지 철야 근무에 동원해 휴식 시간이 없던 직원들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다며 "습격에 기민하게 대처 못 해 피해가 더 컸다"고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19일 새벽 3시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해 경찰 저지를 뚫었고 서울서부지법 후문을 통해 법원 내부로 난입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 총 42명(중상자 7명)이 다쳤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서울구치소, 헌법재판소도 다음 타깃일 것"이라며 "직원들 안 다치게 미리미리 대비하고 삼단봉, 캡사이신 등을 준비해 폭동 전에 기선제압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헌재에서 월담 시도한 남성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명은 2시 40분쯤 헌재 앞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돼 종로서에서 조사받고 있다. 4시 50분께에는 헌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흉기 은닉 휴대 등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헌법재판소 인근 경찰의 보안을 강화하고 시위자들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윤 대통령이 추후 헌재에서 열리는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하게 될 경우 극도로 흥분한 지지자들이 재차 돌발 행동에 나서 ‘제 2의 서부지법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전날 경찰청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지휘부 긴급회의를 40분가량 한 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련의 불법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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