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일본에서 12년 만에 세탁기 판매를 재개하며 백색 가전 시장 공략에 다시 시동을 건다. 중국도 올해와 내년 잇따라 세탁기, 에어컨 등 신제품을 투입한다. 한국과 중국 모두 시간 절약 수요가 큰 일본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고가 백색 가전’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日서 2년간 고가제품 시험 판매…가능성 봐
TV로 10% 점유율 확대 기대·냉장고도 검토
TV로 10% 점유율 확대 기대·냉장고도 검토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LG전자는 연내 일본에서 세탁기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 2020~2022년 대당 50만엔(약 460만원)대의 일부 고가 모델을 시험 판매한 결과, 건조기 기능 등에 대한 일본 내 수요가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일본 가정에 맞는 크기와 디자인의 제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LG전자 세탁기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옷감이 상하지 않도록 세탁하는 드럼세탁기에서 강점을 지닌다”며 “센서로 세탁물의 무게와 재질을 분석해 최적의 세탁 방법을 자동으로 선택하고, 세탁물의 무게나 더러운 정도를 감지해 적정량의 세제를 투입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탁기를 시작으로 생활 가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는 일본 내 TV 판매에서 약 10% 점유율을 보유 중이며 다른 생활가전 제품은 공기청정기 정도에 머물러 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향후 대형 냉장고 판매도 염두에 두고 있다.
中 하이센스·하이얼도 프리미엄 출시에
先 저가 ‘인지도 확대’→'고가 제품' 전환
先 저가 ‘인지도 확대’→'고가 제품' 전환
저가 가전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온 중국 업체들도 고가 제품 시장에 진출한다. 하이센스는 올봄 드럼세탁건조기와 대형 냉장고 등 판매를 시작한다. 드럼세탁건조기는 20만엔(약 186만원) 전후가 될 전망이다. 기존 제품들의 가격은 대부분 100만 원 미만인 몇만엔 수준이었다. 하이센스는 2021년 백색 가전 개발 센터를 일본 내에 세우고 시장 조사 및 일본 전용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해외에 비해 좁은 일본 주거 환경을 고려해 진동이나 소음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제품 개발과 함께 일본 프로야구팀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며 일본 내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판단에 높은 가격대 모델 판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그룹은 연내 인터넷 접속 기능이 달린 에어컨을, 내년에는 드럼세탁건조기를 일본에 출시한다. 하이얼은 현재 그룹 산하의 ‘아쿠아’가 옛 산요전기의 백색가전 사업을 계승해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얼 이름을 달고 드럼세탁건조기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日맞벌이 “비싸도 가사시간 단축 중요”
자국 브랜드 선호 예전보다 약화되기도
자국 브랜드 선호 예전보다 약화되기도
한국과 중국이 고가 라인을 내세워 일본 백색 가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소비자 수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가격이 비싸도 건조를 비롯해 가사 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기능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일본 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일본 내 세탁기 평균 단가는 9만5000엔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50% 올랐으며 점차 비싼 가격대의 가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자국 브랜드 선호가 예전보다 약화됐다는 것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일본 냉장고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2023년 60.6%로 2014년 70.4%에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 브랜드는 15.7%에서 28.1%로 상승했다.
닛케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이냐 아니냐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중국 제품은 (일본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해 인지도를 키웠다”며 “고기능 가전 개척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가전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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