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팀이 차세대 리튬황전지 상용화를 막던 난제를 극복하고 대면적·고용량 시제품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양극(+)이 황, 음극(-)이 리튬금속으로 구성된 리튬황전지는 이론적인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의 8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또 고가의 희토류가 아닌 매장량이 풍부한 황(S)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이다. 리튬황전지는 가볍고 오래 가는 이차전지의 대표 주자로,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기술 분야로 손꼽힌다.
하지만 리튬황전지는 충·방전되는 과정에서 ‘리튬폴리설파이드’라는 중간 물질이 생성(용출·shuttle)되는데, 이 물질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며 불필요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지의 수명과 성능을 저하시키고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박 박사팀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와 산소 작용기를 결합한 신기술을 제시했다. SWCNT는 강철보다도 센 강도 및 구리와 버금가는 전기 전도성을 지닌 미래 신소재이고, 산소 작용기는 SWCNT가 전지 내부의 다른 물질에 잘 분산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산소 작용기가 결합된 SWCNT는 충·방전 과정에서 팽창할 수 있는 전극을 안정적으로 감싸고 리튬폴리설파이드의 용출 및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어했으며, 결과적으로 활물질인 황의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높은 유연성의 SWCNT와 친수성(친용매성)을 지닌 산소 작용기는 전극 제작 시 균일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줘 대면적·고용량 전지 설계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50x60㎜ 크기의 유연한 후막 전극(thick electrode)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하나씩 적층해 1000mAh(1Ah)급 파우치형 리튬황전지 시제품(프로토타입)까지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시제품은 100회 충·방전을 거쳐도 용량이 85% 이상 유지되는 높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박준우 박사는 “우리의 기술은 SWCNT와 산소 작용기와의 결합을 통해 리튬황전지의 가장 큰 난제를 극복한 것은 물론 대면적·고용량 유연 전극 설계 및 시제품 제작까지 달성한 종합적인 결과물”이라며 “실제 산업 현장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의 기초 틀을 마련한 것으로, 차세대 리튬황전지의 실질적인 상용화 가능성을 연 큰 성과”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재료과학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의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는 14.3으로, 상위 7.18%에 속한다.
국내 특허 출원까지 완료한 KERI는 이번 성과가 도심형 항공모빌리티 및 항공·우주, ESS, 전기차 산업 등 차세대 리튬황전지가 필요한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수요업체를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