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노선을 폐지하는 대신 북측 핵무기를 인정한 채 동결이나 군축을 전제로 제재를 풀어주는 ‘스몰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저지하려면 조속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통화를 시작으로 특사를 파견하고 민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의 북한 비핵화 방침이 지속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구호뿐인 ‘비핵화’보다 핵 동결이나 군축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핵 보유국으로서 북한’을 언급한 데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무기를 권력 유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개 석상에서 북한 ‘핵 보유’를 시사한 점도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경우 북한 핵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가정보원도 “(미국이) 단기간 내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ICBM과 제재 완화를 맞바꾼다면 우리에게는 ‘배드딜(나쁜 거래)’”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미국의 대북정책 확정까지는 3~6개월가량 시간이 남아 있다. 루비오 지명자도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두 달간 1차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으로서는 지금부터라도 미국의 비핵화 기조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 간 전화 통화로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튼 뒤 특사 등을 파견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북미대화 시 한국 패싱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등으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 관점에 맞춰 내줄 건 내주되 이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일본 수준의 핵연료 재처리 능력 확보 등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 점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한국이 미국에 기여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 내 다양한 엘리트층과 대중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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