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1기 때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 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은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3개월 연속 동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정크(투기) 등급 국가들은 올해 초 국채 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BBB- 또는 Baa3 이하의 정크 등급을 받은 국가가 올해 첫 2주간 발행에 성공한 국채 규모는 44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0년(66억 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실제로 올 초 국채 발행에 성공한 8개국 중 7개국이 투자 적격 등급을 받은 나라로, 정크 등급 국가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유일하게 국채 발행에 성공한 정크 등급 국가인 아프리카의 소국 베냉의 경우 이달 16일 추가 금리를 얹어서야 5억 달러(약 73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간신히 발행할 수 있었다. 17일에는 바레인이 국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투자자들이 신용에 비해 금리가 너무 낮다며 외면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의 평균 금리는 지난 5주 동안 40bp(bp=0.01%포인트) 이상 상승해 연 6.84% 수준이라며 이런 시장에서는 저신용 국가들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보편관세 부과와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실현되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에 따라 글로벌 시중금리도 올라 해외 자본 조달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모하메드 엘미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신흥국 시장은 미국 경제 강세와 고금리,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이라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구체화할 경우 금리를 밀어올리고 결국 신흥국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들에 남겨진 선택지는 베냉처럼 더 높은 이자를 물고 국채를 발행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기관에서 차입하거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뿐이라고 짚었다. 자금이 급한 일부 국가는 사모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LPR을 3개월 연속 동결했다. 1년물 LPR은 3.1%, 5년물 LPR은 3.6%로 각각 유지했다. 1년물 LPR은 일반 대출 기준, 5년물 LPR은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쓰인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1년물 LPR을 3.35%에서 3.1%, 5년물 LPR을 3.85%에서 3.6%로 각각 인하한 후 같은 수준을 이어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2011년 이래 견지해온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바꿨고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 설)를 앞두고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거세질 관세 압박에 대비해 1분기 중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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