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인공지능(AI) 교과서 지위 격하법, TV수신료 통합징수법, 국가범죄 시효배제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수정된 내란 특검법은 설 연휴 이후로 결단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탄핵 정국에서도 입법 주도권을 가지려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AI 교과서 지위 격하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TV수신료 통합징수법(방송법 개정안) △국가범죄 시효배제법(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교과서 지위 격하법, TV수신료 통합징수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이달 25일로, 이날이 거부권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국무회의다. 두 법안의 주무 부처는 각각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교실 도입을 한 달가량 앞두고 AI 교과서의 지위를 박탈할 경우 현장의 혼란은 물론 교과서 발행사들로부터 헌법 소원, 행정·민사소송이 빗발칠 수 있다면서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전날 ‘TV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해 “분리 고지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제도가 변경되면 1480여 만 가구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방송공사(KBS)·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재원이 되는 TV수신료는 그간 전기요금에 결합 징수돼 왔으나 정부는 지난해 7월 분리 징수로 변경한 바 있다.
국가범죄 시효배제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달 1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다만 주무 부처인 법무부가 최 권한대행에게 빠른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면서 이날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와 증거 왜곡 등을 ‘반인권적 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공소시효 및 소멸시효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는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명확성 원칙과 상충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수정된 ‘내란 특검법’은 이날 국무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최 권한대행은 명절 여론을 살핀 뒤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여러 의견을 추가로 듣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1일 국무회의 상정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3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 된다면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쓴 법안은 총 6개로 늘어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 업무를 개시한 이후 거의 매주 거부권을 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쌍특검(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달 14일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지원 연장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야당과 협치가 절실한 정국이지만 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위헌적이고 합리성이 결여된 법안은 거부권을 계속 쓰겠다고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14일 △위헌성 △국익 훼손 △불합리성을 내포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과 국익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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