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집권 2기의 닻을 올렸다. 8년 전보다 더 강력해진 ‘트럼피즘’으로 무장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통상·안보 등 국제 질서 전반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미국의 황금기가 바로 지금 시작된다”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고 더 강하고 더 특별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전에 없던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불법 입국을 중단시키고 국가에너지비상사태를 선포해 석유와 가스를 마음껏 시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날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승리 집회’에서 “미국이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며 “무엇보다도 미국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관세 등을 통해 수천 개의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산을 짓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도 배려하지 않는 트럼프의 복귀는 우리나라의 경제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 규제가 2배가량 급증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2기에는 더 높은 관세·비관세 장벽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감세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고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는 수출 둔화로 더 깊은 저성장의 늪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 와중에 계엄·탄핵 정국에 따른 정상외교 공백으로 우리는 선제 대응은커녕 리스크 관리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의 1차 골든타임은 이미 맥없이 놓쳐버렸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정상 간 직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식 외교에서 소외된 채 한국이 무방비로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가올 변화 앞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여야정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구심점으로 힘을 합치면 대통령 부재를 상쇄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조선업 등 한국이 우위를 지닌 산업 역량을 협상 카드로 삼아 한미 양국이 이익을 얻는 ‘윈윈 전략’으로 미국을 설득한다면 우리 경제가 트럼프 시대에도 새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전환의 시대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하기까지 앞으로 수개월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여야정은 초당적으로 ‘트럼프 스톰’의 파고를 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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