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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이 남긴 빈곤한 경제 유산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반도체법 등 일자리 창출효과 미미

인플레로 근로자·빈곤층 고통 겪어

'바이드노믹스' 영향 오래 못 갈듯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바이드노믹스가 ‘놀라운 성공’을 가져왔다고 자가발전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바이든의 ‘근본적으로 새로운 플레이북’이 낡은 신진보주의적 방식과 결별하면서 미국 경제의 진행 방향을 영구히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물론 비판론자들은 바이드노믹스가 미국 경제사에 참담한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유권자들 역시 그의 경제적 유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바이든의 퇴임 이후 살아남을 그의 경제 어젠다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경제적 유산이 거의 없으리라는 얘기다.

바이든이 취임하자 정치 평론가들은 그가 ‘프랭클린 루스벨트’식의 뉴딜정책 혹은 린든 존슨의 ‘위대한 사회’에 비견할 만한 거대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기대했다. 한마디로 그가 새 시대를 열어갈 변혁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다.

바이든은 중요한 세 가지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포스트 신진보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하라는 대임을 부여받은 것으로 여겨졌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전망 확대, 보다 강력한 정부의 시장 개입과 중산층 확대 및 상향식 의사 결정 등을 포함한 국민과 정부 사이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루라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는 뜻이다.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바이든은 취임 초부터 발 빠르게 경제적 취약층을 돕기 위한 사회 안전망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공화당의 집요한 공격을 물리치며 강인한 내구력을 과시한 오바마케어와 달리 바이든의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았다. 그가 취한 조치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거나 조만간 시효가 만료된다. 예를 들어 2021년 시행돼 아동 빈곤율을 거의 반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부양자녀세금공제는 1년 만에 일몰제로 마감됐다. 보육 분야의 기념비적 투자 역시 끝이 났다.

바이든의 산업 정책은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세 가지 법으로 요약된다. 이들 가운데 처음 두 가지 법은 양당 합의로 마련됐기 때문에 이 안에 담긴 일부 조항은 내구력을 지닐 것이지만 이들의 실질적 효과는 법안 상정 당시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2021년 제정된 인프라법을 예로 들어보자. 인프라법은 도로·교량과 기타 기반 시설 개보수에 대한 폭발적인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의회가 배정한 투자액은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잠식당했다. 2024 회계연도의 첫 9개월간 정부는 교량과 고속도로 건설에 350억 달러를 사용했으나 건설 경비 상승을 감안하면 인프라법 제정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24%가 줄어든 액수다.

반도체법은 12만 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한 달 동안 만들어내는 평균 일자리 수에도 못 미친다. 이제까지 제조업 고용 성장은 나머지 경제 분야에서의 고용 증가를 밑돌았다.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이미 오래전에 공화당의 타깃이 됐다. 공화당은 이 법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국세청(IRS) 기금의 강제 회수를 압박한 데 이어 올해에도 추가 회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인들, 특히 유색인종과 사회적 소외 계층을 우선시하는 최하층 상향, 중간층 확대 정책을 살펴보자.

지속적인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즉각적인 기록은 엇갈린다.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특히 흑인 근로자들처럼 역사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집단까지 아우르는 높은 노동 참여 인력 등 전통적인 잣대로 보면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대단히 양호하다. 유색인종 그룹과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근로자들의 급여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이 정도면 바이든이 근로층을 위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행정부와 진보주의 연합 세력의 선전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근로 계층은 인플레이션으로 다른 집단에 비해 더욱 큰 고통을 당했다. 여러 다양한 집단이 어떤 종류의 물건을 주로 구입하는가 눈여겨보면 빈곤층, 흑인과 히스패닉 가족이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가격 상승으로 더 큰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그토록 기승을 부리던 인플레이션도 대부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옳건 그르건 앞으로 몇 년간 미국인들은 지금의 경제 활황기를 활기찬 노동시장의 시기가 아니라 ‘바이든플레이션’의 시기로 기억할 것이다. 바이드노믹스의 영향은 그것이 무엇이건 일시적인 데 불과할 것이라고 필자는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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