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입양한 후 제대로 먹이지 않아 9.4kg 상태로 방임한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일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영아)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 부부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질이 나쁘고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아 1심 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2년 12월 9일 전남 장흥군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혼자 집에 있던 B양(당시 5세)이 화재로 숨졌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 부부의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B양을 주택 2층에 격리해 키웠다. 이들은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음식을 제공했으며 먹고 남은 그릇과 기저귀, 분변 봉투 등을 방 안에 그대로 방치했다. A씨 부부는 “B양이 1층으로 내려오지 않길 원했다”라며 학대 사실을 부인했다.
B양의 체중은 9.4kg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 여아 평균 체중(18.4kg)의 절반 수준이다.
화재 발생 당일에도 A씨 부부는 1박2일 일정으로 본가 여행을 떠났다. B양을 돌보도록 한 미성년 첫째 자녀는 사고 당시 외출 중이었다.
A씨 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음식 가공 공장 경영난 때문에 양육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장 근무자가 'B양의 어머니가 오전만 공장에서 근무했다'고 증언한 점으로 미뤄 피해 아동에게 기본적인 양육을 제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문제의 원인을 피해 아동의 고집과 생업의 어려움으로 돌리고 있을 뿐,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1심은 징역 1년과 함께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A씨는 별건으로 2023년 3월 자신의 음식조리 공장에서 튀김기 화재를 일으킨 혐의로도 기소돼 처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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