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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주의 천재 아냐…조성진 안에서 20년간 뭉근하게 익은 '라벨'이 꺼내졌다

조성진, 모리스 라벨 전곡 녹음 앨범 공개

"라벨은 천재이자 완벽주의자"

소리의 색채 가장 중시해서 표현해

좋아하는 사람과의 협연 즐겨

내년부터는 실내악 투어 나설 것

/사진 제공=유니버셜뮤직




“(2년 전 앨범을 녹음한) 헨델과는 달리 라벨은 2005년부터 접했던 작곡가예요. 단기간의 벼락치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음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년)은 조성진의 음악 세계에 20년 간 자연스럽게 스며든 작곡가다. 콩쿠르에 도전하고 다른 앨범들을 녹음할 때도 조성진의 음악에서 라벨의 작품들은 뭉근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3년 전 자연스럽게 때가 왔다고 생각했고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에 먼저 제안해서 성사됐다. 이번 음반은 2023년 2월 발매한 '헨델 프로젝트'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일곱 번째 정규 앨범으로, 그가 작곡가 한 명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녹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 발매를 기념해 지난 20일 진행한 화상기자간담회에서 “라벨을 천재이자 완벽주의자”라며 원하는 바가 명확해 연주자만의 해석을 좋아하지 않는 작곡가라고 정의했다. 이를 테면 바흐는 연주자의 해석을 좋아하지만 라벨은 해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봤다. 조성진은 “라벨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색채”라며 “소리의 질감, 프레이징(연속된 음들을 적절한 단위로 모아 소리내는 것),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20일 진행된 화상간담회에서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인사를 하고 있다. /줌 간담회 갈무리




이 때문인지 조성진의 연주를 통해 라벨의 음악은 세밀한 소리를 해 완벽주의자 라벨의 환영이 느껴지는 듯하다. 조성진은 “라벨에 비하면 저는 절대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피아니스트 중에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진짜 완벽주의자”라며 자신을 낮췄다. 오히려 그가 설명하기에 라벨의 이해를 완벽하게 만든 것은 그간의 시간이다.

조성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를 처음 접했던 순간과 이를 2006년 금호아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했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만해도 라벨은 ‘점령해야 할 난해한 고지’였다. 그는 “라벨을 처음 접했을 때 음표와 지시가 많다 보니 테크닉도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며 “예원학교 시절 피아노하는 친구들끼리 비루투오소적인 곡을 치며 놀 때 친구들은 이슬라미(밀리 발라키레프 작곡)을 쳤다면 저는 라벨의 ‘스카르보(밤의 가스파르 3악장)’를 쳤다”고 말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할 때도 라벨을 접하며 라벨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라벨의 전곡을 연주하는 투어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달 독일 에를링겐과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다음 달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라벨 독주곡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6월에는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두 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으로 관객들도 손에 땀을 쥘 예정이다. 조성진은 "리히텐슈타인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 번 해 봤는데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라벨의 음악 세계에 들어갔다 나와 이를 관객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협연으로 채워갈 계획에 기대도 크다. 조성진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주하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며 12월 김선욱 지휘자와의 협연을 비롯해 7월 정민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강릉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또 내년에는 실내악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만난 음악가와 함께 실내악 연주를 했는데 저랑 잘 맞았다”며 “음악적 파트너로서 깊은 관계를 갖고 여름부터 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내악의 상대가 누군지는 아직 비밀에 부쳤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그는 무대를 즐기는 법도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조성진은 “연습도 중요하지만 몸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10년차가 되다 보니 잠도 충분히 자려고 하고 건강하게 먹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덧붙였다. “행복은 찾으려고 하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매순간을 느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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