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인공지능(AI) 교과서 지위 격하법, TV수신료 통합징수법, 국가범죄 시효배제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AI 교과서 지위 격하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TV수신료 통합징수법(방송법 개정안) △국가범죄 시효배제법(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쓴 4~6번째 법안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서 35~37번째 거부권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돼 국회와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법안별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올 1학기부터 교실에서 쓰일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용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이 담긴 '‘AI 교과서 지위 격하법’에 대해선 “우리 학생들의 교육과 미래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기술은 물론 앞으로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TV수신료 통합징수법’에 대해선 “수신료 분리 징수 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돼 이미 1500만 가구에서 분리 납부를 하고 있다”며 “다시 결합징수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가범죄 시효배제법’에 대해선 “헌법상 기본원칙인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민생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범죄 시효배제법’은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와 증거 왜곡 등을 ‘반인권적 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공소시효 및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없앤다는 게 골자다.
그는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 나아가 공무원의 유족까지 무기한으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및 고발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약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야당을 향해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안책과 보안책을 논의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직 국가·국민을 위한 정부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고, 국회의 대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안을 결재하게 되면 이 법안들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밟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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