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0%의 보편관세도 준비 중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스트롱맨의 귀환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우려가 증폭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며 “(시기는) 2월 1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으로 오는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두 나라에서 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두 나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면서 “캐나다는 매우 나쁜 마약 남용국”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가 관세 규모와 부과 시기를 특정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의 1호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이들 국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체결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묶여 관세 없이 거래하고 있다. 6년마다 갱신할 수 있는 이 협정은 2020년 체결돼 2026년 7월에 재협상이 가능하지만 트럼프의 이날 발언으로 협정이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이날 서명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USMCA 재협의를 위한 검토에 돌입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기의 문제일 뿐 보편관세 역시 준비하고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는 “아직 준비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의 부를 훔치고 있다”며 “(실행이) 빠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서도 관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는 대외수입청을 설립해 관세와 수입세(duties), 해외에서 나오는 수익(revenue)을 모을 것”이라며 “해외 원천으로 나오는 이러한 수입은 우리의 국고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와 상무부·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대외수입청 설립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은 각서에 서명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에 있어 신중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안도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북미 지역 관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무역의 불확실성 우려는 되살아났고 시장은 요동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취임일 관세 부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전날 109.1에서 107.9까지 내려갔던 달러지수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언에 108.7까지 다시 치솟았다. 취임 전날 배럴당 78.1달러이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 역시 이날 한때 76.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관세 발언 이후 77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 중 하나로 투자자들은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역전쟁의 시작”이라며 “조기 관세 발표는 무역과 안보에 대한 국가 간 장기 협상의 시작점이나 지렛대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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