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최초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든 헌법재판소 일대에는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겪은 경찰은 도로에 차벽을 설치하고 방패·신체보호복을 착용하는 등 질서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21일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는 오후 2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4000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19일 사법기관을 습격해 물적·인적 피해를 입힌 서부지법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경찰은 각종 안전 장비로 무장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오후 1시 10분께 헌법재판소에 도착하자 방패를 든 수십 명의 경찰은 헌재가 있는 안국역 사거리 4개 차선을 막고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차벽 트럭으로 불리는 ‘차량형 안전 펜스’도 등장해 지지자들이 이전같이 도로를 점거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날 헌재 인근에 기동대 64개 부대와 경력 4000여 명을 배치했다. 안국역·헌법재판소 주변 2개 차선 등에는 192대의 경찰 버스가 동원돼 차벽을 세웠다.
신체보호복(진압복)과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도 등장했다. 이 같은 방어 조치는 경찰 내외부에서 서부지법 사태 당시 지휘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안국역 5번 출구 인근과 헌법재판소와 가까운 2·3번 출구로 나뉘어 집결했다. 보수 단체 엄마부대가 주최한 ‘헌재 앞 탄핵 반대 국민 대회’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앉아 윤 대통령의 탄핵을 규탄하는 한편 논란을 의식한 듯 ‘평화 집회’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연단에 올라 “(체포된 사람들은) 애국심 때문에 분노해서 우발적으로 옳지 않은 판단한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선동꾼들이 시민들을 현혹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애국 시민들을 전원 훈방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3번 출구로 모인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 통행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통행권을 침해한다”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경찰관을 폭행한 여성 1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헌재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미신고 집회’임을 들어 해산을 촉구하기도 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1인 시위라도 100여 명 넘게 모여 시위하는 건 미신고 집회”라면서 “지금 즉시 모임을 멈추고 신고된 집회 장소로 이동하라”고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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