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새 학교 부임 첫날 장례식 화환 6쌍을 보낸 동료 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청구가 기각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대만 타이난지방법원에 따르면 타이난시의 한 초등학교 교무부장 천모씨는 지난해 7월 학교를 옮기던 중 학교 정문 앞에서 뜻밖의 '환영'을 받았다.
천씨가 새 학교에서 교사평가를 받기 위해 도착했을 때 정문에는 장례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화환 6쌍이 줄지어 서 있었다. 화환에는 "천 교무부장의 영예로운 전근을 축하드립니다"와 "이제 고통에서 벗어난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환은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정모씨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충격을 받은 천씨는 정씨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천씨는 2000만 달러(약 300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며, 정씨의 행동이 자신의 평판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정씨는 화환의 메시지가 학부모와 교사들의 진정한 감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천씨가 이전 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음악 특별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표현은 악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난지방법원 행정재판부는 "화환의 문구가 원고의 특정 비위사실을 지적하지 않았으며 주관적 의견 표현에 해당한다"며 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대만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그냥 축하로 받아들이면 될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며 천씨를 비판했다. 다른 이들은 "교육자가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겠냐"며 두 교사의 전문성과 인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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