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분양 적체에 하도급 대금 못받아…지역건설사 연쇄 부도 이어질듯

■올들어 건설사 219곳 줄폐업

원자재값 상승·고금리 장기화에

원가율 90% 넘어…수익성 악화

종합건설사 부도 '5년만에 최다'

임금 체불액도 50% 이상 급증

'하도급 보호대책'은 국회 발목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전경. 연합뉴스






건설 업체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원도급사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설 현장은 원도급사가 발주처와 계약을 맺고 세부 공정을 하도급 업체에 위탁한다. 하도급사는 원도급사와 계약을 맺고 토목과 철근·전기·배관 등 작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2차·3차 하도급사에 재발주하는 경우도 많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설 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도급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돼 임금이 체불되는 현장이 급증했다”며 “임금 체불 현장이 한두 곳만 있어도 영세한 하도급 업체들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건설 업계 임금 체불액은 43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2% 증가했다. 2023년 말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본격적인 건설 경기 한파가 몰아친 것을 감안하면 임금 체불액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건설 업체들의 1월 폐업 건수는 2022년 이후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2021년에 106개사에 불과했던 폐업 건수는 2022년에 204개사, 2023년에 180개사, 2024년(1월 1~1월 19일)에 211개사로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19일 기준 219개까지 늘어났다. 이는 건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 새해에도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겨울은 원래부터 건설업 비수기인데 미분양으로 자금 회수가 안 된 원청사들이 쓰러지면서 하도급 업체들도 잇따라 문을 닫는 분위기”라며 “2022년 이후 치솟은 공사비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올해 이 같은 줄폐업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높은 시장금리 등으로 공사 원가가 크게 높아진 데다가 미분양까지 적체되면서 주택사업 규모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29개사로, 2019년 49개사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새해 들어서도 신동아건설에 이어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존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의 원가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PF 대출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상승하면 기성금이 모자라 하도급 업체들에 공사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도 서울 용답동 청년주택 사업장과 대구 동부 아파트 사업장 등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 수단을 변경한 바 있다. 홍성진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도급 업체는 건설 자재·장비업자, 노동자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하도급 업체 우선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1분기까지 건설사들의 책임준공 확약을 합리화하고 PF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건설사의 귀책이 없는 경우에도 정해진 기일까지 무조건 공사를 마쳐야 하는 등 기존 책임준공 계약이 건설사에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책임준공 계약에서는 정해진 날짜를 하루라도 넘기면 적게는 수백~수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PF대출을 건설사가 모두 떠안는다는 내용의 채무인수 조항이 대부분 달려 있다. 미분양이 발생해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자금을 투입해 어떻게든 준공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 당국과 시행·건설·금융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개선 TF를 꾸리고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최근 정국 상황으로 국회 논의가 멈춰서면서 기약이 없는 상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범 등 대외 경제 상황도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공사 원가 부담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2021년 80% 수준이던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꾸준히 올라 이미 지난해 3분기 기준 90% 이상으로 치솟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때 건설산업 수입품 가격은 0.3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중간 투입 품목의 산업별 수입의존도를 고려하면 타산업 비용 증가에 따른 이차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 수준이다. 박철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업체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