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월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투자 패키지’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측에도 관세와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묻어난다.
22일(현지 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비밀리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아키바 다케오 당시 국가안전보장국장, 외무·경제산업·재무·방위 관계자가 참석하는 ‘트럼프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한 대목에 주목하고 현실화할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 10∼2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새로운 관세정책이 실현되면 미국이 제1 수출 대상국인 일본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2023년 대미 수출액은 20조 2602억 엔(약 188조 원)에 달했다.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처럼 일본에 무역 협상을 강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 간부는 “(미국이) 어떤 품목을 대상으로 협상을 요구할지 모르지만 무역적자 축소를 반드시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 실적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최근 대미 외교의 열쇠는 일본이 어떻게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을 전개해나가는지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업계 출신으로 외교를 사업 거래와 비교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이달 19일 NHK에 출연해 “미국에서 고용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일본이 무엇을 할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트럼프에게 안길 ‘선물 보따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 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은 전날 민영방송 니혼TV에 출연해 “공동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나노테크놀로지 등 패키지를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고 취임 선물로 제안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상대국이 무엇을 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통상이나 안보도 동맹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 과도한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일본 스스로 전략을 만들어 주체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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