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입주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세 시장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만 2000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강동구와 송파구의 전셋값을 끌어내린 가운데 올해는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는 동대문구·성북구 등 동북권에서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전셋값 하락에 계절적 비수기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만큼 입주장이 끝나면 전셋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에 준공되는 신축 아파트는 총 8123가구에 달한다. 825가구 규모의 성동구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가 이달 1일, 3069가구의 대단지인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가 10일 입주를 시작했다. 3월에는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1063가구), 동대문구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326가구),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동북권의 대규모 입주는 일대 전셋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수분양자가 전세를 놓아 분양 잔금을 치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통 입주 3~6개월 전부터 시장에 전세 물건이 나온다. 입주 중인 래미안라그란데의 경우 현재 전세로 나온 물건이 900여 건에 달한다. 이렇게 다량의 물건이 일시적으로 풀리면 입주 단지는 물론 주변 전셋값도 떨어진다. 단지와 도보로 8분 거리인 성북구 래미안아트리치 전용 84㎡는 지난해 9월 6억 35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전세 물건이 5억 원 중후반대에 나와 있다. 마찬가지로 래미안라그란데와 가까운 동대문구 휘경SK뷰는 전용 59㎡가 지난해 하반기 5억 원 후반대~6억 원에 전세 거래가 됐지만 이달 5억 1000만 원에 계약되면서 가격이 1억 원 가까이 내려갔다.
이 같은 추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지난해 11월 넷째 주부터 1월 둘째 주까지 8주 연속 전셋값이 하락했다. 전주 대비 하락 폭도 지난해 11월 25일 0.01%에서 1월 6일 0.08%, 0.09%로 커지고 있다.
성동구도 12월 첫째 주부터 1월 첫째 주까지 한 달간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다가 6주 만인 1월 둘째 주에 보합 전환했다. 입주 중인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에 이어 7월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1350가구), 11월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2차(580가구) 등 준공이 줄줄이 예정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로 인한 강동구의 전셋값 하락이 해를 넘기고도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1월 첫째 주에 전주보다 0.01% 떨어졌다. 서울 전세 가격이 전주 대비 하락한 것은 1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1월 둘째 주에 다시 보합(0.00%)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세시장 안정이 장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의 전세 가격 하락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래미안라그란데 등 대규모 입주뿐만 아니라 겨울철 이사 비수기의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입주장 효과가 계속되기에 한계가 있고, 이사와 결혼이 잦은 봄·가을이 되면 임차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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