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나오자마자 멕시코가 대규모 추방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이 장악한 주(州)를 중심으로 ‘출생 시민권’ 제한 위헌 소송이 제기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쏟아낸 행정명령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 내용은 첫 번째 임기 때 취한 조치와 유사하다”며 “이미 겪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민자들을 추방할 경우 멕시코는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정책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의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 전역에서는 이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멕시코는 미국에서 추방되는 각국의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세부 전략도 발표했다. ‘당신을 포용하는 멕시코’라는 이름의 추방자 수용책은 국경을 따라 11개의 송환 지점을 설치해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을 맞은 뒤 공공의료 시스템을 비롯한 기본 생활 안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들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지 카드에 2000페소(약 14만 원)를 넣어 지급할 계획이다. 일자리 알선과 커뮤니티 적응 지원도 병행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내무부 장관은 “국경에서 멕시코 지원센터와 그들의 출신 국가로 이송하기 위해 수백 대의 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부 장관은 대규모 추방이 예고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상 버튼’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비상 버튼’ 앱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멕시코 정부가 불법 이민으로 구금될 위기에 처한 자국민들이 미국 내 가까운 외교 공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 측이 불법 이민자 자녀들의 출생 시민권 부여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이 장악한 주 정부 18곳과 워싱턴DC·샌프란시스코 등의 법무장관들은 이날 출생 시민권 제한 관련 행정명령은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동참한 장관들은 법원에 사건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전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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