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여야정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를 일축했지만 계엄·탄핵 정국으로 내수 침체가 가속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리스크까지 커지자 추경 협의의 문을 열어둔 것이다.
정국 혼란과 통상 환경 악화로 기업과 가계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체감 경기 전망은 35개월 연속 ‘부정적’이고 소비자 심리도 위축됐다. ‘1%대 초반’까지 거론된 올해 성장률의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하지 않으려면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을 4조 원 이상 일방적으로 감액한 더불어민주당이 20조~30조 원의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민주당은 13조 원가량의 혈세를 필요로 하는 ‘전 국민 25만 원 지급’ 사업을 추경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 민주당의 추경 요구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용이라는 비난을 사는 이유다. 민주당은 감액 예산 강행 처리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추경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협의하는 것이 순리다.
정국 불안과 저성장에 더해 무분별한 추경으로 재정마저 무너지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경제 위기를 피하기 힘들다. 여야정은 조기 대선을 의식한 현금 살포나 선심성 재정 확대를 배제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등 신성장 동력 점화에 재정을 집중시키는 추경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픈AI 등 미국·일본 기업 3사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72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민생과 첨단 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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