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 페이스에 부드럽게 묻으면서 날아가는 느낌이야!” “티샷이 곧바로 튕겨 나가는 게 평소보다 10야드는 더 멀리 날아가는 것 같아.”
골프를 치다 보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얘기인데, 이는 타구감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타구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커버다. 볼의 커버를 어떤 소재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손에 전해지는 느낌이 다른 것이다.
내구성 뛰어나고 장타에 유리한 설린
부드럽고 쇼트 게임에 강점 가진 우레탄
부드럽고 쇼트 게임에 강점 가진 우레탄
현대 골프볼 커버의 소재는 크게 설린(이오노머)과 우레탄으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설린 커버 볼은 내구성이 뛰어나다. 긁힘이나 충격에 강해 반복적인 타격에서도 외관과 성능을 유지한다. 또한 낮은 스핀과 빠른 복원력 덕분에 장타에 유리하고 미스 샷에 대한 관용성도 높다. 제조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설린 커버 볼은 낮은 마찰계수로 인해 쇼트 게임에서 정교한 컨트롤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볼이 그린에 떨어진 후 구르는 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 단단한 소재 특성상 타구감이 딱딱하고 타구음도 날카로울 수 있다.
우레탄 커버 볼은 부드러운 특성 덕분에 페이스와의 접촉 시간이 길어져 충분한 스핀을 생성하는 데에 유리하다. 웨지 샷에서는 뛰어난 스핀 제어와 정밀한 샷을 돕는다. 그린에서 볼이 곧바로 정지하는 능력도 우수하다. 타구감이 부드럽고 임팩트 순간 볼과 클럽의 상호 작용이 보다 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레탄 커버 볼도 단점은 있다. 스크래치와 충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커버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카트도로나 돌에 맞으면 거의 100% 흠집이 생긴다. 드라이버 샷에서는 상대적으로 과도한 백스핀으로 인해 비거리가 감소할 수 있다.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면 사이드 스핀이 증가해 방향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제조 비용도 높아 가격이 비싼 편이다.
드라이버는 284rpm, 웨지는 678rpm 변화
실제 설린과 우레탄 커버 볼의 성능 차이는 얼마나 될까.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 테스트를 하는 것. 대상 볼은 국산 골프볼 브랜드 볼빅의 비스타3 프리즘 360 신년 에디션(설린 커버)과 콘도르(우레탄 커버) 모델로 정했다. 볼빅 제품을 선택한 건 볼빅이 직접 생산을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볼의 커버 소재에 따른 장단점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실험은 핑골프의 피팅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핑에서 테스트를 한 이유는 볼을 생산하거나 판매하고 있지 않아 실험의 객관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그동안 그들의 강점인 피팅을 통해 샷 분석에서 광범위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설린과 우레탄 커버 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백스핀 양과 타구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드라이버와 웨지로 2개의 볼을 5회씩 때려본 뒤 그 평균값을 비교했다. 실험에는 핑의 피팅 담당자인 김의진 대리가 참여해 타격을 했다.
드라이버부터 진행했다. 설린 커버 볼의 백스핀 평균은 1994의 rpm(분당 회전수)을 기록했다. 이어 우레탄 볼을 때리자 평균 백스핀은 284회 증가한 2278rpm으로 나타났다. 우레탄 볼의 백스핀이 설린보다 14% 높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56도 웨지로 약 60야드 샷을 날렸다. 설린 볼의 평균 백스핀은 7906rpm, 우레탄 볼의 백스핀은 8584rpm이었다. 둘의 차이는 678rpm, 비율로 따지면 우레탄 볼이 설린 볼보다 백스핀 양에서 8.6%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핑 테크팀의 우원희 팀장은 “핑의 G430 맥스와 저스핀 모델인 LST 드라이버의 백스핀 차이는 약 600rpm으로 보고 있다”면서 “볼의 커버 변화만으로 드라이버는 약 300rpm, 웨지는 약 700rpm 격차가 발생한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실험 참가자의 드라이버 백스핀은 2000rpm 안팎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는데, 평소 2000rpm 후반대가 나오는 골퍼가 쳤다면 설린과 우레탄 볼의 백스핀 편차는 더욱 거졌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빗맞을 경우 사이드 스핀 역시 그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므로 볼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타구감은 어땠을까. 직접 볼을 때려본 김 대리는 “설린 볼은 볼이 튕겨 나가는 듯했고 딱딱한 느낌이 났다. 이와 달리 우레탄 볼은 페이스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면서 부드러운 손맛이 전해졌다”고 표현했다.
“설린과 우레탄 종류 다양…배합 비율 따라 성능 달라져”
설린과 우레탄 볼의 차이는 항상 일정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생겼다. 볼빅 연구소의 박승근 부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 부장은 “같은 설린이나 우레탄이라고 해도 그 종류는 다양하다.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백스핀, 비거리, 경도, 타구감 등이 달라진다”면서 “같은 우레탄 볼이라고 해도 브랜드나 모델마다 타구감이나 내구성, 스핀 성능은 제각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브랜드 볼이라도 어떤 타깃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모델별 소재의 배합을 통해 다른 특성을 가지게 한다. 이런 배합 비율은 각 업체의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장의 말이다. “설린과 우레탄 커버 중 어떤 게 성능이 더 뛰어난 볼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설린 볼은 비거리와 방향성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볼을 정확하게 때리지 못하거나 힘이 약한 골퍼에게 알맞다. 이에 비해 우레탄 볼은 스핀 컨트롤이 뛰어나지만 비거리 성능과 방향성에서 단점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기량에 맞게 적정한 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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