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더기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화당 출신의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등 방식을 동원했던 기업들은 이제 ‘상황실’(워룸)을 새로 설치하거나 신속 대응팀을 구성해 달라지는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맞추기 위해 미국 주요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월가에서 관련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메리 에르도스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WSJ과 만나 새로운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상황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대관 담당 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를 확인하고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시티그룹 등도 고객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유사 조직을 만들었다.
제조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공약에 대응하기 위한 팀을 꾸리고 있다. 실제 3M의 경우 연간 수입액 17억 달러 중 절반을 멕시코, 캐나다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이들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상태다. 이에 빌 브라운 CEO는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 미국에 많은 공장이 있다”며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로펌인 ‘피셔필립스’도 이민과 관련한 신속 대응팀을 꾸렸다. 이와 함께 이민 당국의 불시 단속에 대비해 고객들이 24시간 전화할 수 있는 직통전화(핫라인)를 개설했다. 로펌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전화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로펌은 기업 고객들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추적기를 출시했고 중요 정책을 정리해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로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첫 100일간 큰 변화를 공약한 만큼 조처를 했다면서 고객들로부터 행정명령 관련 문의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대 직업연구대학원의 기업 임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애나 타비스는 “그들은 준비하고 있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 성향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크리스토프 슈바이처 CEO는 “유의미한 규모의 낙관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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