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달리기를 할 때 남성으로 변장하고 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조성된 여성혐오 분위기가 여성의 안전을 전보다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사는 클레어 와이코프(44)는 낮에만 달리는 것에 지쳐 밤에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남성인 남편 은 야간에도 달리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남자처럼 변장하기로 했고, 그는 가짜 콧수염과 가발을 착용한 채 야간 달리기에 나섰다. 팔에는 문신 소매를 장착하고 남성 운동복을 입었다.
와이코프는 변장 후 즉각적인 차이를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고,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캣콜링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며 “그저 더욱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20년 가까이 달리기를 해왔다는 클레어는 “2008년 하프 마라톤에 참가한 이후로 달리기를 운동으로서 즐기게 됐다”면서도 “밤에 혼자 달리는 것이 이렇게 편안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내가 진짜 남자라고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와이코프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 여성들의 안전이 크게 후퇴했다며 대부분의 여성이 밤에 혼자 나가는 것을 피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너의 몸은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이라는 말이 떠돌았을 때, 특히 밤에 공공장소에서의 내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됐다”며 “여성들이 밤늦게 달리기 위해 여럿이 모여 ‘달리기 그룹’을 만들고 있는 걸 알았지만 나는 한발 더 나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에게 모든 권리가 있다면 ‘남자답게 행동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먹혔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을 향한 괴롭힘과 학대,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SNS에서 확산한 ‘너의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는 말인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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