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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세대 변호사 강신옥 회고록 나왔다

■영원히 정의의 편에(홍윤오 지음, 새빛 펴냄)

2021년 사후에 사위가 회고록으로 집필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인 고(故) 강신옥(1936~2021) 변호사의 회고록 ‘영원히 정의의 편에(새빛 펴냄)’가 출간됐다. 강 변호사는 10·26 사건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변호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고인의 사위이자 일간지 기자 출신인 홍윤오씨가 고인의 생전에 2015~2016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와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서술했다.

강 변호사는 “정의란 죄 없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지 않고, 죄지은 사람에게는 성역 없이 벌을 주는 것”이라며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도 없다”는 지론을 펼쳤다. 또 유신 체제에 관해 언급할 때면 “권위주의 정권 시기라 해도 정의와 양심을 위해 기꺼이 직(職)이라도 걸 수 있는 판사와 검사 5명만 있었다면 수백~수천 명의 억울한 시민들과 무고한 학생들의 피해와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강 변호사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법이 정치의 시녀, 권력의 시녀가 되면 법을 빙자한 사법살인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악법과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인간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자 전인격적인 판단과 양심의 발로”라며 자연법으로서의 저항권을 강조했다.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던 그는 역사적 재평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김재규와는 일면식도 없었다가 10·26 사건 재판을 계기로 알게 됐다”며 “그와 5개월여 일대일 접견을 해본 결과 그가 진정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소의를 희생한 의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10·26 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각하는 갈수록 애국심보다 집권욕이 강해졌다’는 진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접견 때 김재규가 대만의 오봉이라는 식인종 스승이 변장한 채 스스로 제자들에게 먹혀 죽음으로써 식인 습성을 없앤 사례를 들며 “내 행위도 그와 비슷해 내 생명을 바쳐서 자유를 회복한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전두환이 잔재주를 부리면 국민이 희생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정치인 강신옥의 여정, YS와 DJ와의 인연, 정주영과 정몽준, 박근혜와의 일화, 신영복 사건 변호 등이 소개돼 있다.

193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강 변호사는 서울대에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해 1962년부터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나, 1년 뒤 법복을 벗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1967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등의 변론을 맡으면서 1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으며 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2021년 8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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