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00여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텔레그램 상에서 잔혹한 성착취 범행을 저질러온 범죄 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총책인 일명 ‘목사’는 본인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형 조직을 구축, 피해자를 많이 데려올수록 조직원을 승급시켜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양산했다. 피해자 수가 ‘박사방’의 3배 이상일 뿐더러 과반이 미성년자로 2020년 박사방·n번방 사태 이후 약 5년 만에 또 다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텔레그램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단’에서 ‘목사’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한 총책 A(33)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19개 혐의로 이달 17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를 포함한 조직원 14명을 전원 검거하고, 이외에도 자경단에 지인의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을 제공한 피의자 73명을 특정, 이 중 40명을 검거하고 나머지 33명은 추적 중이다.
A 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이달까지 4년 8개월간 피해자 234명(10대 159명)을 상대로 강간,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총 1546개의 성착취물 제작해 이 중 427건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박사방(73명)’, ‘n번방(21명)’ 사건과 비교해 피해자 수도 각각 3배, 11배가량에 달한다. 피해자 성별로는 남성 84명, 여성 150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이었으나 남성은 전원이 성착취 피해자였고 여성은 54명이 성착취, 96명이 허위영상물(딥페이크) 피해자였다.
A 씨는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포섭하는 다단계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며 세를 불렸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성에게는 주로 ‘지인능욕방에 초대시켜주겠다’며, 여성에게는 ‘당신의 성적 사진이 텔레그램에 유포될 것 같다’며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이어 A 씨는 이들에게 ‘텔레그램 연락처 추가’를 누르도록 해 휴대폰 번호 등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협박했다. 피해자 중 범행에 동조하는 사람은 조직원으로 포섭,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계급을 정해 더 많은 피해자를 끌어들일수록 승급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A 씨는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1시간마다 일상 보고 등을 강요하고 이를 어길 시 가학적 성착취 행위를 강요했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에게는 남성과 성관계를 해야만 지배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미성년자 여성 10명을 잔혹하게 강간(치상)하고 이 모습을 촬영했다.
A 씨는 조직원들을 상대로도 철저한 가스라이팅 행각을 벌였다. 모든 조직원들에게 일대일로만 지시를 내려 조직원들끼리는 서로 절대 알 수 없도록 ‘점조직’을 형성했다. 또 조직원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탈 의사를 밝힐 경우 ‘여태까지의 범죄행각을 텔레그램에 박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타 조직원을 통해 유사강간·구타 등 성적 학대를 자행했다.
경찰은 2023년 12월 피해자 신고로 수사 착수 후 약 200회의 압수수색, 국제공조 수사 등 온 기법을 총동원해 조직원을 순차 검거했다. A 씨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달 15일 검거했다. A 씨는 검거 당시 진술을 전면 거부하다가 증거자료를 제출받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A 씨의 모든 전자기기와 클라우드 저장소 등을 압수해 모든 영상물을 확보했다. 자경단 내 모든 성착취·허위영상물을 A씨가 독점하고 있는 만큼 영상 유포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한 설득 끝해 지난해 9월 텔레그램으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았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해 10월께부터 텔레그램과 수사협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 회신받고 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전날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신상 공개를 논의 중이다. 아울러 구속수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여죄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평소 절대 검거되지 않는다며 호언장담했으나 완전한 범행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검거되기 마련”이라며 “아울러 텔레그램에서 ‘연락처 추가’를 누르면 상대방에게 연락처가 노출되므로 절대 누르지 말고, 비슷한 피해를 당할 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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