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정부가 국영 보험사의 신규 보험료를 증시에 투자하고 펀드의 주식 투자 규모를 3년간 30% 이상 늘리는 등의 증시 부양책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23일 국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중장기 자금 시장 유입 촉진을 위한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당국은 대형 국영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매년 새로 추가되는 보험료의 30%를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용 본토 주식)에 투자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 시범사업을 올해 상반기 내로 신속히 추진해 증시에 수혈되는 보험사 자금 규모가 1000억 위안(약 19조 7000억 원)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500억 위안에 대해서는 춘제(중국 음력설) 이전에 투자를 승인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5대 상장 보험사의 기존 보험료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100억 위안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보험 자금의 주식 및 주식형 펀드 투자 비율이 현재 12%에서 14%로 늘어날 경우 증시에 추가 투입되는 자금이 약 70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주석은 “보험 자금의 증시 투자 비율을 꾸준히 높이도록 장려할 것이다. 특히 대형 국유 보험사는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로) 매년 최소 수천억 위안의 장기 자금이 A주에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아울러 향후 3년간 공모펀드의 A주 투자 규모를 매년 최소 10% 늘리도록 했다. 또 펀드사가 매년 이익의 일정 비율로 자사 주식형 펀드를 매입하도록 유도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펀드 판매 수수료 역시 추가로 인하해 투자자들이 매년 450억 위안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연기금에 대해서는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도록 촉구한다. 상장사들의 경우 춘제 이전에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시장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장 초반 한때 1.8% 상승했다. 다만 장중 상승 폭을 줄여 전일 대비 0.18% 오른 3803.74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생명보험(4.9%) 등 주요 보험주들은 강세로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최근 경기 둔화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세 인상 위협에 따라 하방 압력을 받아왔다. CSI300지수는 올해 들어 2.2%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지수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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