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심 화들짝 놀란 것 같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역전되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계엄 선포로 다 잡은 줄 알았던 권력이 다시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에 보수 과표집, 조사 왜곡 등을 지목하는 이도 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비아(공포증)가 얼마나 큰지 생생히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우선 그의 경제정책부터 보자. 이 대표의 시그니처와 같은 정책은 뭐니 뭐니 해도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과 같은 기본(무상) 시리즈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꼽을 수 있다.
두 정책은 이른바 현금 살포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에 가깝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밝힌 대로 경기가 엉망이어도 고공 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 때문에 기준금리를 못 내리는 판인데 이런 정책이 실행되면 원화 가치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할 수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불분명한 경기 진작 효과, 근로 의욕 저하 등 숱한 부작용은 부메랑처럼 우리 경제를 타격할 가능성이 크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맞서기에는 그의 정책이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에 너무 치우쳐 있다. 국민은 이게 영 불안하다.
이 대표의 낮은 톨레랑스(관용)도 기피의 한 원인이다. 그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와 난무하는 유언비어를 이유로 ‘여론조사검증특위’와 ‘민주파출소’를 설치한 게 민주당이다. ‘카카오톡 검열’까지 운을 떼더니 이제는 ‘여론조사업체관리 강화법’까지 발의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예 틀어막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문제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게 된다.
사법부는 벌써 이 대표에 줄 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등을 놓고 판사 쇼핑 논란을 빚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권한도 없는 내란죄를 직권남용을 고리로 조사한 점, 의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에서 뒤늦게 내란죄가 빠졌음에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헌법재판소 등이 그런 인상을 주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판결하는 대신 ‘국민(여론)’만 보겠다는 사법부에 영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사법부가 이럴진대 입법부의 비호에 행정부까지 접수하면 이 대표는 무서울 게 없어진다. 다음 총선인 2028년 4월 공천권까지 확보한 그다. 이미 도를 넘은 충성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갑자기 프랑스대혁명 당시 급진파 공포정치의 대명사인 로베스피에르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앞서 언급한 ‘반민주 폭주’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국민’은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민주당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외교·안보관도 이 대표 기피증을 부추긴다. 그의 정세관은 탄핵소추안에 들어갔던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화한 마당에 대북 송금 재판을 받고 있는 그이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트럼프’를 꿈꾸는 그를 진짜 트럼프가 어떻게 대할지 걱정스럽다. 과연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등에서 보여줬던 융통성을 이런 부분에서도 발휘할 의지가 있는지, 또 동맹국들이 이를 진심으로 수용할지 모두 의문이다.
그의 사법 리스크도 뺄 수가 없다. 시간 끌기 의혹에 법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2심 결심 공판을 2월 26일로 박아버렸다. 이 경우 항소심 선고는 이르면 3월에 이뤄진다. 윤 대통령에 추상같은 사법부가 이 대표에게도 법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국민 입장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내 따라다닐 골치 아픈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기를 바랄 리 없다. 윤 대통령만 해도 배우자 문제로 계속 시달리다 결국 이 사달이 났다. 대통령 리스크는 곧 국가 리스크다. 이 대표는 이런 의문에 제대로 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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