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기각·인용 의견이 4대4로 갈렸지만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기각으로 결론 났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야당이 문제 삼은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방통위법 13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법정 인원 5인 중 2명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이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취임 이틀 만에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부터 국무총리·장관·감사원장·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무더기 발의해 13건을 강행 처리했다. 이 가운데 이 위원장 등 4건은 기각됐고 윤 대통령, 한덕수 총리 등 9건의 탄핵심판이 남아 있다. 이 위원장 탄핵심판은 비교적 단순한 사안으로 보였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보다도 더 긴 5개월이나 소요됐다. 그사이 방통위는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상임위 체제가 지속되면서 ‘식물 방통위’로 전락했다. 헌재는 탄핵심판 장기화로 파행을 겪은 방통위와 같은 사례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유사한 탄핵심판에 대해 너무 늦지 않게 공정한 결론을 내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내란 공모 혐의 등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을 만류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조속히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도 서둘러 결론 내려야 할 것이다. 또 이 위원장 탄핵심판 결정 과정에서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재판관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것에 대해 헌재가 정치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정치·이념에 따른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 거대 야당은 잇따른 탄핵 기각에 대해 사과하고 헌법과 법률 위반 등 중대한 사유 없이 남발하는 ‘줄탄핵’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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