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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몇 치시나요?” 2030도 방심 금물…무게 욕심 부리다간 [메디컬 인사이드]

■ 뇌동맥박리로 인한 뇌경색

고령층에서 호발하는 뇌졸중, 젊은 층도 방심 금물

외부충격에 의해 혈관벽 찢어져 뇌경색 발생하기도

증상 발생 4시간 30분 이내 치료해야 후유증 최소화

이미지투데이




“그날따라 최고 중량을 깨고싶더라고요. 바벨 양쪽에 2.5㎏짜리 원판을 하나씩 더 끼우고 4번까지 성공하니 ‘다섯 번을 채워보자’라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몸 만들기에 집중하던 서경제(30대 중반·가명) 씨는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씨는 밤새 두통에 시달린 끝에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의심 소견을 들었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고질적인 두통을 호소하던 서씨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건 사흘 전부터다. 근력 운동에 열을 올리던 중 갑작스럽게 오른쪽 뒷목에 찌릿하는 통증이 발생한 뒤로 불편감이 지속됐다. 심할 때는 머리 전체가 울리면서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마저 올라왔는데 진통제를 먹어도 나아지질 않았다. 몸을 숙이거나 기침을 할 때면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게 석연치 않다고 느껴 서둘러 병원을 찾은 것이다.

◇ 뇌졸중=노인병? 연령 안 가리는 ‘위험한 두통’ 특징 보니


학계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하거나, 점점 나빠지는 두통,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두통, 마비, 감각 저하, 의식장애 등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등을 레드 플래그(red flag·빨간 깃발) 징후라고 부른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뇌졸중 또는 동맥박리, 뇌정맥 혈전 등에 의한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볼 때, 성관계 도중 악화되는 두통도 위험한 두통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은 뇌 자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시행한 결과 서씨의 오른쪽 척추동맥이 좁아진 채 이중 내강(double-lumen)이 있음을 확인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척추동맥 박리로 인한 뇌경색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큰 혈관의 손상을 면한 서씨는 응급 시술을 시행하는 대신 항혈소판제 등 약물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을 통칭하는 용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뇌졸중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던 환자는 68만 3990명이었다. 그 중 60대 이상이 80.8%를 차지해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에 속한다. 동맥경화로 큰 뇌혈관이 좁아지고 해당 부위에 발생한 혈전이 떨어져 나가거나 심장에서 발생한 혈전이 뇌로 향하는 혈류를 타고 들어가서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문제는 과도한 운동 또는 잘못된 자세로 인해 뇌졸중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서씨처럼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의 10~25% 가량은 경동맥 혹은 척추동맥 등의 혈관벽이 찢어지는 뇌동맥 박리로 인해 뇌경색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고령층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인식 탓에 30∼40대는 간과하기 쉽다”며 “외상으로 인한 충격으로 혈관벽이 찢어지는 사례는 젊은 연령대도 예외가 아니므로 평소 뇌졸중 의심 증상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뇌동맥박리는 혈관 내벽이 찢어진 틈을 타 혈액이 침범하고 혈관벽에 혈종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찢어진 혈관벽에 혈전이 형성되면서 뇌혈류가 감소하거나 뇌혈관이 막히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찢어진 혈관벽이 밖으로 부풀게 되면 박리로 인한 동맥류가 생길 수도 있다.

◇ 건강 챙기려다 우지끈? 의심 증상 있으면 즉시 병원 찾아야


김 교수는 혈관벽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외상으로 교통사고, 낙상 외에도 골프 같은 회전운동이나 수영, 스쿠버다이빙, 요가, 과도한 경부 스트레칭 등을 꼽았다. 심하게 목을 꺾는 마사지나 도수치료에 의해서도 뇌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합조직병, 섬유근육형성이상 등의 기저질환으로 혈관벽이 더욱 약해져 있다면 작은 충격에도 뇌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발생하기도 한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동맥박리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뇌동맥이 경추, 붓돌기 같은 뼈구조물과 해부학적으로 가까울수록 외상에 의한 뇌동맥박리에 취약하다. 특히 경동맥은 두개골 기저 부위, 척추동맥은 가로구멍에서 혈관이 진입 혹은 나오는 위치에서 자주 발생한다. 다만 증상 발생 후 골든타임(4시간 30분) 이내에 급성기 치료가 이뤄져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원칙은 다른 원인에 의한 뇌경색과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뇌동맥박리가 발생했을 때 50% 이상은 두통이나 목 통증이 나타난다. 80% 가량은 뇌졸중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이나 운동할 때 가능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가동범위를 고려해 움직이되 통증과 함께 뇌졸중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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