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취임식 드레스 선택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배우 오드리 헵번의 영화 의상을 재현한 드레스를 그대로 차용한 의상을 입고 나와 비판이 일고 있다.
이방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취임 무도회에서 영화 '사브리나'(1954)에서 오드리 헵번이 착용했던 드레스를 재현한 의상을 선보였다. 지방시가 맞춤 제작한 이 드레스는 상체를 강조하고 스커트가 풍성하게 퍼지는 실루엣에 검은색 꽃 자수로 장식됐다.
패션계는 이 선택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패션 전문지 '글래머'는 "이방카의 드레스가 지나친 과거 회귀적 성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화 '사브리나'에서 해당 드레스가 상징하는 '노동자 계층의 상류사회 진입'이라는 맥락이 이방카의 배경과 충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 큰 논란은 오드리 헵번의 정치적 유산과 관련해 불거졌다. 헵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저항군으로 활동했으며, 은퇴 후에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자선활동에 힘썼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은 그의 박애주의적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상반된다는 평가다.
헵번의 장남 숀 헵번 페러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정치적 신념은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다"며 "어머니는 모든 어린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헵번의 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특히 헵번이 생전 보여준 인도주의적 활동과 이방카의 성장 배경을 대비하며 드레스 선택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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