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24일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에서 0.50%로 올렸다. 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의 인상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예상되고, 금리 인상의 전제인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를 올릴 조건이 됐다고 판단했다. 당초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도 당장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 예정대로 금리 정책을 진행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확실한 임금 인상이 실시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고, 물가도 기조적인 2% 상승률을 향해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해외는 불확실성이 있으나 국제금융자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물가는 지금까지 제시했던 전망에 대체로 부합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선호 발언까지 더해져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화상연설에서 금리 인하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위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면서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많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되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며 달러 매도가 이어졌고,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7월 말 일본은행이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선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저금리에 일본 엔화를 빌려 미 달러·주식 등에 투자했던 자금이 급하게 청산·축소됐다. 이에 8월 첫 주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가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전 충분히 사전 신호를 보내 시장이 이를 충분히 반영했고,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 우려가 없는 데다 달러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급격한 청산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같은 해 7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