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10% 보편 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을 고려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원 예산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불법 이민 단속 공약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하고,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삭감을 검토해 볼만한 프로그램을 목록화한 50장짜리 보고서를 회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관측되지만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부채만 36조 달러(약 5경 1760조 원)까지 불어나 재정 건전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도 이행하고, 재정 건전성도 지키려면 기존 프로그램의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목록을 보면 공화당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해 10년간 1조 9000억 달러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에 대한 무역법 301조 관세를 법제화해 세율을 올리면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면세 한도를 없애면 10년간 24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에너지 정책인 IRA의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화당은 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없앤다면 10년간 7960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봤다. 전기차 구매가 아닌 리스하는 사람에게도 세액공제를 주던 혜택을 폐지한다면 10년 간 5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NYT는 “공화당이 트럼프 정책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삭감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IRA 관련 예산만 하더라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대규모 청정에너지 사업을 유치한 지역구의 공화당 의원들이 ‘완전 폐기’에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목록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액공제 폐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혜택 축소 등이 포함돼 있는데, 실제 폐지할 경우 집주인과 저소득층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관세에 대해서도 ‘보편 관세’는 결국 물가를 올려 저소득층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지역 유권자들이 마음이 돌아설 수 있어 섣불리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랄프 노먼(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모든 의원이 관세 영향을 받는 지역구와 기업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