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사망한 북한 병사의 소지품에서 한때 한국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개죽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합성된 가족사진이 발견돼 화제다.
23일(현지 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제공한 북한군 유류품 사진에서 가족사진이 발견됐다”며 “사진 속에는 2000년대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던 ‘개죽이’를 닮은 강아지가 합성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8월 15일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군복을 입은 청년을 포함한 다섯 명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하단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는 한글 문구가 적혀 있고 그 오른쪽에는 눈을 감고 발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는 강아지가 보인다.
사진에 합성된 강아지는 2002년 디시인사이드에서 처음 등장해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어색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밈으로 널리 사용된 ‘개죽이’와 매우 유사하다.
탈북자 출신으로 과거 북한에서 결혼사진 편집자로 일했던 로즈는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은 전형적인 북한식 가족사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강아지가 들어간 것이 남한의 밈이라는 점까지 알고 사용한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중국을 통해 넘어온 비슷한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고 덧붙였다.
30대 탈북자 박철훈 씨는 “북한에서는 사진 편집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토샵이 사용된 이 사진은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배경을 가진 병사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발견된 사진은 북한 내부에서 한국 문화가 간접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이 모두 하층민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낸다.
NK뉴스는 “이 사진이 한국 문화를 직접적으로 알고 사용한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한글 문구와 한국식 밈이 사진에 삽입된 것은 북한 내부의 변화와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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