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가담자들을 대거 사면한 가운데 당시 폭동에 가담했던 한 인물이 공개적으로 사면을 거부하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해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동에 가담해 징역 60일과 3년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은 파멜라 헴필(71)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날 우리는 잘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조치를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할머니’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헴필은 “사면을 수락하는 것은 의사당 경찰과 법치,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나는 유죄를 인정했고 그 죄를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면을 수락하는 것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가스라이팅과 거짓된 이야기를 돕는 결과를 낳는다”며 “나는 그런 일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헴필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이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나는 비판적 사고를 잃었다”며 “이제 내가 광신적인 집단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헴필의 사면 거부는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감형이나 사면은 수감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판결을 한 선례가 있다. 이를 근거로 헴필의 거부 의사가 법적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20일 취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당 폭동 가담자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의 형량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이미 수년간 감옥에서 비인간적으로 복역해왔다”며 “끔찍하고 역겨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사면 조치는 미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당 폭동 당시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점거로 경찰관 140여 명이 부상을 입고 트럼프 지지자 4명과 경찰관 5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1심에서 징역 22년과 18년이 선고된 주범 2명을 포함하는 등 무더기 사면에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사면은 의사당의 안전 문제를 악화시킨다”며 트럼프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공화·오클라호마) 역시 “경찰을 공격한 사람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CNN 방송을 통해 이번 사면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그의 정치적 기반인 ‘마가’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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