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대형 항공사의 기장과 부기장이 규정을 초과하는 알코올을 섭취한 뒤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비행기를 운행한 일로 항공사 회장과 사장이 감봉 처분을 받았다. 당시 두 조종사의 음주로 항공기는 예정 시간보다 3시간 지연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일본항공(JAL)이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종사 음주 사건과 관련해 24일 국토교통성에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하고, 아카사카 유지 회장과 돗토리 미쓰코 사장에 대해 2개월 급여 30% 삭감을 담은 사내 징계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카사카 회장은 안전대책 최고책임자인 ‘안전통괄관리자’ 직위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음주 당사자인 두 사람은 이미 해고 조치됐다.
국토교통성의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두 조종사는 지난해 12월 1일 호주 멜버른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두 사람은 탑승 전날 멜버른의 한 식당에서 스파클링 와인 한잔씩과 레드 와인 3병을 마셨다. 이는 사내 규정을 초과하는 섭취량이었다.
문제는 탑승 당일 두 사람이 음주 사실과 양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은 음주량을 축소해 신고하기로 한 뒤 비행 전 음주 측정에서 알코올이 검출되자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수차례 재검사를 실시했다. 한 사람은 알코올 검사기를 바꿔가며 측정을 시도하고 여러번 양치질을 해 알코올 수치를 낮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담당자가 이후 알콜 검출을 확인했지만, 이 내용이 운항 본부에 자세히 전달되지도 않았다. 결국 이 비행편은 3시간 11분 지연 출발해 나리타에 도착했고, 3일 뒤에야 두 사람은 규정을 초과해 술을 마셨다는 것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출발 직전 부기장이 기내에서 구토를 해 이를 본 객실 승무원들이 본사에 ‘정말 괜찮냐. 운항해도 되느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며 “JAL이 현장으로부터의 경고를 무시하고 출발을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토교통성은 JAL에 업무 개선 권고를 내고 24일까지 사건 경위와 재발 방지책을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JAL은 지난해 5월에도 미국에서의 활주로 오진입과 기장의 음주 문제로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엄중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돗토리 사장은 “내가 리더십을 갖고 신뢰 회복에 매진하겠다”며 승무원의 체류지 음주를 금지했다. 12월 음주 사건은 ‘체류지 음주 금지’를 10월 ‘절제된 음주 허용’으로 완화한 직후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JAL은 다시 체류지에서의 승무원 음주 금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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