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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과 '물리적 AI' 상상력 [이경화의 하이브리드 美MI]  

AFP연합뉴스




“웰컴! 라스베가스에 오셔서 마음이 설레시나요? 제 재킷 마음에 드시나요?”

젠슨 황은 청중의 환호를 받으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로마시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GPU블록과 반도체 방패를 들고 마치 미래에서 온 록스타처럼 반짝이는 가죽 재킷을 입고 스타디움 무대에 등장했다. 1만 2000 명의 관객이 열광하는 가운데 그는 거대한 LED 스크린을 배경으로 AI 기술이 만들어낼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미래를 발표할 순간을 맞았다.

기조연설 후반부, 무대 앞쪽이 천천히 상승하며 젠슨 황을 중심으로 14명의 AI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했다. 이 로봇들은 마치 미스 유니버스 미인대회처럼 일렬로 서서 한손을 흔들며 젠슨 황의 친구라고 소개되었다. 마치 AI 에이전트 로봇들이 백댄서로 등장한 록스타 콘서트 같았다. 물론, 노래 대신 메시지로 비전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래퍼처럼, 그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그는 AI의 진보를 설명하면서 이미지, 단어, 소리를 이해하는 인식형 AI(perception AI)에서 이미지, 텍스트, 소리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이어 이제 우리는 인식, 추론, 계획과 행동이 가능한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록 콘서트를 보고 있는 착각 속에 몰입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이 바로 CES 2025에서 발표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이었다. 그가 선보인 야심찬 프레젠테이션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가까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낸 놀라운 순간이었다.

그의 발표는 가상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이 빠른 시간내에 현실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이야기는 건축적 상상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상 공간인 옴니버스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든 현실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의 상상력이 기술로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AI와 건축의 미래적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시작하는 기점이 된다. SF영화처럼 펼쳐지는 미래 도시, 상상의 세계가 물리적 AI(physical AI)를 통해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AI 로봇들은 거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사람들과 서로 상호작용하며 대화한다. 이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인간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상황에 따라 자기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AI의 몸을 입은 존재들이다.

이 도시내에는 AI와 빅데이터가 결합된 거대한 구형의 빛의 건물이 떠오른다. 이 건물은 사람들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읽고, 그에 맞는 미디어 아트를 생성하여 도시를 비주얼적으로 변화시킨다. 누군가 우울해하면 하늘의 빛이 부드럽게 변화하고, 행복한 순간에는 찬란하게 빛난다. 이처럼 도시 전체가 그 감정에 반응하며, 단순한 기술의 구현을 넘어서,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예술 작품처럼 변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포스트모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가 점차 시뮬레이션을 소비하고, 현실과 시뮬레이션의 경계가 흐려진다고 설명하면서, 라스베가스를 초현실적 공간으로 해석했다. 그는 ‘하이퍼리얼(hyperreal)’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실과 시뮬레이션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를 예고했다. 젠슨 황은 바로 그 라스베가스에서 엔비디아의 GPU와 AI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며, 가상성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의 GPU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인 라스베가스에서 발표를 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라스베가스는 상상 속 현실이 펼쳐지는 도시로, 인간의 욕망, 환락, 스펙터클, 도피성, 현대성 등이 결합된 초현실적 환경을 제공한다.

젠슨 황이 이 도시에서 발표한 것은 GPU와 AI 기술을 통해 이 가상성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AI 에이전트 로봇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AI와 기술의 융합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기업들도 CES 2025에 참여하여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였다. SK는 AI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LG는 AI 기반 생활형 스마트홈, 삼성전자는 AI 스마트 기술 및 디스플레이 기술, 현대자동차는 AI 연동 로봇 솔루션을 소개했다. 또한, 서울통합관은 첨단 미디어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서울의 미래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젠슨 황의 감각적이고 스펙타클한 프레젠테이션처럼 AI 전체 생태계를 계획하여 미래를 장악하겠다는 확고한 포부와 아이디어를 제시한 기업들은 여전히 드물다. 일런 머스크,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확고한 철학과 창의력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특히,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의 적용과 비전은 한국 기업들이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 여전히 AI 분야에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AI 세계는 상상력과 기술력의 결합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과 문화는 더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기술의 발전에 맞춰 상상력을 적용하는 창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만의 경쟁력과 고유한 철학을 바탕으로 AI와의 융합은 소프트 파워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기술 혁신, 문화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나라로서, AI와의 결합은 단순히 기술적 도구를 넘어 한국적 가치와 문화적 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인들과의 연결과 공감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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