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일 충격적인 경제·안보 발언들을 쏟아내며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는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아니면 다양한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며 ‘당근’도 내밀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서는 노골적으로 유가·금리 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전방위로 몰아치는 ‘미국 우선주의’ 폭풍에 우리의 안보·통상 환경은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선 취임 당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만에 대북 접촉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대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외교 공백 상태인 한국을 ‘패싱’한 채 김 위원장과 북핵 폐기가 아닌 북핵 동결, 핵 군축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담판을 시도할 우려도 커졌다. ‘관세 폭격’에서는 우선 멕시코·캐나다·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트럼프 측근들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과감한 감세 정책을 앞세운 미국의 ‘제조업 빨아들이기’ 전략에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국내 생산 기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
‘트럼프 스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는데도 우리는 탄핵 정국에 손발이 묶여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만 늘어날 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2기의 경제·안보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관세 총구가 한국을 조준하기 전에 조선·반도체·방산·원전 등 한미가 ‘윈윈’할 수 있는 산업 협력안을 앞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또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규제 혁파와 기업 살리기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안보 이슈에서는 일방적인 북핵 거래를 차단하면서 한국의 핵심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여야정이 ‘원팀’이 돼서 정교한 외교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