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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트럼프 2기 반도체 산업의 기회와 도전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틀째인 21일(현지 시간)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위한 이 대규모 투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인공지능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와 더불어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 HB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가 부과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최근 또다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점점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중국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면 우리와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의 불확실성이다. 2022년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약속된 지원금은 각각 47억 4500만달러, 9억 5800만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 생산 시설 확보의 중요성과 바이든 정부의 약속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보조금 지급을 완전히 백지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가적인 조건을 달거나 일부 삭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장 건설을 회피하기 어렵다면 해외 생산 기지의 장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원 이전에도 이미 우리나라는 해외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설립해 왔다. 삼성전자는 1996년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설립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 공장을 확보하는 것보다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메모리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수준이 우위에 있다. 왜냐하면 생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반도체 공정의 연구개발이 국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려면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원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최근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발전한 것이 국내 기업에서 이직한 우수 인력 덕분이라고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 시대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해외의 우수 인력들이 국내에 유입되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촘촘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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