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에서 전용면적 133㎡가 106억 원에 거래됐다.
3.3㎡(평)당 2억 원이 넘는 거래다.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한강 변 등을 중심으로 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33㎡(52평)가 지난해 12월 26일 106억 원에 매도됐다. 지난해 8월 동일 주택형이 72억 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33억 5000만 원이나 오른 금액에 거래가 체결된 것이다.
그동안 반포동에서는 3.3㎡당 1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체결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조만간 ‘3.3㎡당 2억 원 거래’까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해 8월 국민 주택형으로 불리는 전용 84㎡가 60억 원에 거래되는 등 3.3㎡당 1억 7000만여 원에 아파트가 팔린 사례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가격을 뛰어넘는 거래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전망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이번에 대형 주택형에서 3.3㎡당 2억 원을 웃도는 가격에 아파트가 매도되며 결국 3.3㎡당 2억 원 시대가 열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가치’인데 이 가치는 ‘희소성’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번에 거래된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33㎡의 경우 한강 변에 있는 데다 신축과 대형이라는 희소성을 갖춰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다.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3.3㎡당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아파트가 거래된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6월 4일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73.41㎡(101평)가 200억 원에 거래됐고 다음 달인 7월 22일에는 전용 273.94㎡(100평)가 220억 원에 매도되면서 이미 3.3㎡당 2억 원을 넘겼다. 다만 지난해 7월에 체결됐던 거래는 아직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래미안원베일리의 거래가 눈길을 끄는 것은 300여 가구 소규모에 대형 주택형으로 이뤄져 대중성이 낮은 나인원한남과 달리 3000가구 상당의 대규모 단지인 데다 소형에서부터 대형까지 지어져 대중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부촌으로 여겨지는 한남동과 달리 신흥 부촌인 반포동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똘똘한 한 채’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강남 3구 등 핵심지로 불리는 지역들로의 쏠림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3㎡당 평균 2265만 원을 기록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2200만 원(20일 기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6665만 원에서 7349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강남권의 경우 탄탄한 대기 수요로 인해 호가가 비교적 높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여전하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 대출 규제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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