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속 다가온 설 연휴를 앞두고 여야가 제각기 ‘민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국을 주도할 정책 역량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이지만, 정작 국정 수습과 각종 법안 처리를 위해 필요한 여야 간의 협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설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았다. 권 위원장은 상인들과 만나 “요즘은 절약보다 이웃에 있는 상가를 방문해 주셔서 소비해 주시는 게 미덕”이라며 “우리 경제가 더 활성화되고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도록 최대한 우리 지도부가 다 같이 힘 합심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설 물가를 점검하고 민심 동향을 살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전을 구입하며 “요즘 여러 가지 국내외적인 상황으로 소비가 굉장히 위축돼 있다”며 “온누리 상품권으로 본인도 경제적 이득을 보고, 소상공인들을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경제활력민생특위’를 꾸리며 여당으로서의 존재감 회복에도 나섰다. 특위는 외로움·고립·단절을 첫 의제로 삼고, 향후 내수 경기 활성화와 물가 안정, 소상공인·자영업자 실질소득 증대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여당은 특위 가동을 통해 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잘한 게 외교안보고 경제 부문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주는 것도 현실”이라며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그래도 정책은 보수가 낫다는 이미지를 줘서 국민들의 마음을 녹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민생 경제’를 앞세워 대안 정당으로서의 역량 보여주기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박정현 의원 대표발의)’을 당론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에도 지역화폐법을 당론 발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와 폐기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정현 의원은 “경제가 워낙 어렵고, 최상목 권한대행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내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정부, 여당과 적극 협의해 이번에는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를 향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골목·지역상권 소비진작 △석유·화학 등 위기 주력산업, AI 등 미래혁신산업 지원 △건설·SOC 등 지역경제 활성화 등 분야에서 최소 2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야가 모두 ‘민생 살리기’에 입을 모으고 있지만 연일 상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연휴 이후에도 국정협의회가 원활하게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4일 이 대표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 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한 데 대해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민주당은 바로 전날 지역화폐법을 발의했다. 이건 정치적 자아분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정책 전환에 대한 고민 없이 다른 정당의 깊이 있는 고민에 대해 정치적 비난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냐”며 “저성장 늪으로 가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어떻게 성장세를 회복하고 일으켜 세울지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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