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대함미사일·항공기·고속침투정 등의 위협으로부터 아군 함정을 방어하는 최첨단 장비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라고 한다. 함정에 탑재된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SAAM)과 함포의 방어막 등 모든 방어수단을 가동해도 적 공격을 제지하지 못했을 때 최종 단계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함정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이는 적 미사일이 요격 유도탄 등 온갖 대공 방어망을 뚫고 아군 함정을 향해 돌진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함정에 장착된 기관포가 분당 수천 발의 포탄을 자동으로 발사해 미사일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함정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최후 방어 수단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Close-In Weapons System)가 지상용으로 확대 개발돼 북한 장사정포 세례와 무인기를 막아내는 최종 병기로 활용할 방침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현재 개발 중인 함정용 CIWS-Ⅱ 체계를 토대로 지상형 대공 방어체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CIWS는 함정의 최후 방공 무기체계로, 다른 방공 시스템을 통한 요격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근거리에서 요격하는 수단이다. 최후 방어선이란 의미에서 ‘골키퍼’라는 이름을 가진 CIWS가 해군 구축함 등에도 장착됐다.
함정용 CIWS-Ⅱ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30㎜ 기관포를 장착해 사거리와 반응 속도를 기존 CIWS보다 키우고 2027년까지 개발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이 함정용 CIWS-Ⅱ에 ‘진화적 개발 전략’을 적용해 지상에서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CIWS-Ⅱ를 지상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면 이는 장사정포는 물론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초대형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저공비행 하는 순항미사일 등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2022년 말 수도권에 침투시킨 것과 같이 무인기를 동원해 도발할 경우에도 지상형 CIWS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
CIWS는 컴퓨터와 레이더 조준으로 무기를 관제해 적 미사일과 항공기의 예상 궤도를 추격해 100% 자동으로 조준·사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작동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기관포형과 미사일형, 함포형 등이 있다.
우선 기관포형은 △개틀링(기관총) △리볼버(기관포) △체인건(체인건) 방식이 일반적이다. 우리 해군이 주로 운용하는 CIWS는 두 종류로 미국 레이시온사가 제작한 ‘팰렁스’와 네덜란드의 탈레스사(옛 시그널사)가 제작한 ‘골키퍼(Goalkeeper)’다.
팰렁스는 20mm M61A1 기관포를 탑재하고 있다. 구경이 작아 유효사거리가 1.49㎞로 골키퍼보다 짧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명중률과 파괴력을 높인 신형 탄환 ‘Block 1B’를 개발했다. 여기에 개량된 광학식 추적장비와 30㎝가량 연장된 포신을 장착해 골키퍼와 요격 능력 차이가 크게 줄었다. 골키퍼보다 부피가 훨씬 작다. 레이더와 탄약통이 일체화돼 갑판 위에 바로 고정하면 된다. 가격도 골키퍼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에 팰렁스 가운데 함정에 장착되는 해상형 이외에 지상형도 개발해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라크 반군의 박격포탄을 격추시키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이 팰렁스 기반이다. 이름 그대로 로켓과 곡사포, 박격포 등의 투사체를 요격하는 장비다. 우리 군이 이번에 도입하는 지상용도 이 같은 연장성으로 볼 수 있다.
골키퍼는 미 공군이 지상 공격기 ‘A-10’이 주무장으로 채택한 GAU-8 30㎜ 7연장 기관포를 사용한다. 단발의 파괴력이 높고 유효 사거리도 2㎞에 달한다. 부피가 소형 함포 수준으로 다소 큰 편이고 갑판 하부 공간까지 요구한다. 가격은 골키퍼가 팰렁스 보다 2배 가량 높다.
우리 해군은 네덜란드 탈레스社의 ‘SGE-30 골키퍼’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당장 이지스 베이스라인 7.1을 채택한 이지스함 세종대왕급 구축함에도 같이 탑재하는 팰렁스를 장착하지 않고 처음엔 골키퍼를 대신 장착해 활용할 정도다. 그러나 골키퍼가 사실상 단종수순에 들어가면서,현재는 새로 건조되는 차기구축함에는 CIWS 국산화 사업인 ‘CIWS-II 사업’을 통해 국산 CIWS가 장착될 예정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CIWS의 국산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AESA(능동위상배열레이더) △함정용 전자광학추적장비(EOTS) △사격통제체계 △체계통합성 △스텔스성 등이다.
최신형 CIWS-Ⅱ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 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목표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AESA 레이더 탑재가 최우선으로 탑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각 국이 개발이 한창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맞추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도 무조건 필요한 기술 요소다. 기존 CIWS의 EOTS는 목표물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점차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레이더의 보조 센서로 활용해 표적을 더욱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사격통제체계는 빠르고 정확한 탄도계산능력도 갖춰야 한다. 미사일과 소형 고속 수상 표적은 신속하게 사격하기 위한 계산이나 보정이 필요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은 자동으로 보정하지 않으면 피격당할 확률이 높아 CIWS-Ⅱ전투체계에 꼭 필요하다.
이외에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한 함정의 센서와 무장, 다른 체계와의 체계통합 성능이 요구되고, 최신예 해군함정은 적의 레이더에 피탐되는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료 등도 적용되지만 적 레이더 방향으로 반사되는 전파를 최소화하는 스텔스성도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사격통제체계·체계통합성 등 뛰어나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 당국이 해상용을 재상용으로 개발해 전력화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군은 단거리 자주대공포 ‘비호복합’' 등 기존 지상 대공방어 체계를 가동하려 했으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비호복합은 무인기에 대한 탐지와 추적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함정용 CIWS-Ⅱ는 AESA 레이더와 전자광학 추적 장비를 장착하는 만큼 이를 토대로 개발하는 지상형 CIWS의 탐지·추적 역량도 기존 지상 대공 무기체계 대비 월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군은 함정용 CIWS-Ⅱ에 장착되는 4면 고정 탐지형 AESA 레이더를 단면 회전형 레이더로 개량 적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적의 공격이 어디서 올지 모르는 해상과 달리 지상에서는 북방 탐지가 우선이기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게다가 지상형에는 개발이 진행 중인 전방분산탄(AHEAD)을 적용해 무인기 대응 능력을 더욱 키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방분산탄은 표적 근처에서 자체 폭발하면서 파편을 분산시키는 탄으로, 유도탄보다 크기가 작고 다수가 날아올 수 있는 무인기나 장사정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 역시 함정용 CIWS를 지상형으로 개량해 사용하고 있다. 미군의 지상 대공 방어체계 ‘C-RAM’은 로켓·곡사포·박격포 공격을 막아내는 장비인데 함정용 CIWS인 ‘팰렁스’'를 토대로 제작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잇따라 최근 신형 자폭 무인기를 공개하고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통한 대규모 포격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며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벌 떼 드론과 미사일·방사포 대량 공격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지상용 CIWS를 수도권 방호 최후의 방패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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